논문 2026.09.15 · 읽는 시간 13분

수 옹스트롬 백금 간격이 가른 인광 OLED 롤오프

인광 OLED는 밝기를 올릴수록 효율이 떨어집니다. 퀸즐랜드대·규슈대 연구진은 뼈대가 같은 백금 착체 두 개로 그 원인을 좁혔습니다. 백금 원자끼리 3옹스트롬대로 붙은 쪽은 1만 cd/m²에서도 최대 효율의 약 65%를 지켰고, 5옹스트롬 넘게 떨어진 쪽은 1천 cd/m²에서 10분의 1로 떨어졌습니다. 다만 롤오프를 잡은 그 구조가 발광색을 빨간색으로 끌어내렸습니다.

저자제1저자 A. Shukla, 말저자 E. B. Namdas (호주 퀸즐랜드대) 외 총 16인 · 일본 규슈대 K. Onda·C. Adachi, 스페인 ALBA 싱크로트론, 인도 CSIR-NIIST 공동
게재Advanced Science, e77325 · 2026-08-24 온라인 공개 · DOI 10.1002/advs.77325

인광 OLED에는 오래된 약점이 하나 있다. 밝기를 올릴수록 효율이 떨어진다. 이것을 효율 롤오프라고 부른다.

화면을 조금 밝게 쓸 때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문제는 아주 밝아야 하는 자리다. 햇빛 아래의 화면, 눈앞에서 현실 위에 영상을 겹치는 증강현실 안경이 그렇다.

퀸즐랜드대와 규슈대 공동 연구진은 뼈대가 똑같고 곁가지만 다른 백금 착체 두 개로 이 롤오프의 원인을 좁혔다. 한쪽 OLED는 1만 cd/m²에서도 최대 효율의 약 65%를 지켰다. 다른 쪽은 1천 cd/m²에서 효율이 10분의 1로 떨어졌다.

둘을 가른 것은 이웃한 분자의 백금 원자끼리 떨어진 거리였다. 한쪽은 3옹스트롬대, 다른 쪽은 5옹스트롬이 넘었다. 1옹스트롬은 1억분의 1센티미터다.

그리고 이 기사가 짚을 것은 그 다음이다. 롤오프를 잡은 바로 그 구조가 발광색을 빨간색으로 끌어내렸다.

1. 인광 OLED는 왜 밝아질수록 효율을 잃나

인광 발광체의 들뜬 상태가 오래 살기 때문이다. 전류로 만든 들뜬 상태(엑시톤)의 75%는 삼중항인데, 인광 재료는 이것까지 빛으로 바꿔 내부 양자효율 100%에 다가간다. 대신 삼중항은 수명이 길다.

수명이 긴 엑시톤은 빛을 내기 전에 서로 부딪칠 기회가 많다. 밝기를 올리려고 전류를 늘리면 엑시톤이 빽빽해지고, 두 삼중항이 만나 하나가 빛 없이 사라지는 삼중항-삼중항 소멸이 잦아진다. 이것이 롤오프다.

논문 서론은 상용 TV에 필요한 밝기를 약 500 cd/m²로, 차세대 발광 재료가 효율 100% 가까이를 지켜야 할 밝기를 1만 cd/m²로 잡는다. 두 조건을 모두 좌우하는 것이 소자 안 엑시톤의 밀도와 수명이라고 적는다.

그러니 처방은 분명하다. 발광 효율은 높게, 들뜬 상태의 수명은 짧게. 이 둘을 함께 가진 후보로 최근 주목받는 것이 금속-금속-리간드 전하이동(MMLCT) 발광을 하는 백금 착체다.

2. 곁가지만 바꾼 두 백금 착체

연구진이 노린 것은 백금 원자 사이 거리 하나만 바꿔 보는 것이었다. MMLCT는 평평한 백금 착체들이 겹겹이 쌓여 이웃한 백금 원자의 오비탈이 겹칠 때 생긴다. 그러려면 백금끼리 가까워야 한다.

그런데 그 거리를 제대로 잰 자료가 드물었다. 지금까지는 단결정 X선 구조로 확인했는데, OLED에 쓰는 증착 박막은 단결정이 아니다. 반쯤 결정인 박막 안의 백금 간격은 단결정 분석이 알려 주지 못한다고 논문은 적는다.

연구진은 이미 잘 알려진 MMLCT 발광체 **Pt(fppz)2**를 기준으로 삼았다. 곁가지에 작고 전자를 끌어당기는 트리플루오로메틸기(CF3)가 달려 있다.

비교 대상은 새로 만든 **Pt(8ppz)2**다. 백금이 가운데 앉은 뼈대는 같고, 곁가지만 긴 탄소 사슬(n-옥틸)로 바꿨다. 긴 사슬끼리 지퍼처럼 맞물리면서 분자들이 비껴 쌓여 백금 간격이 벌어지게 한 설계다.

두 백금 착체의 분자 구조와 정전기 전위 분포. 왼쪽 Pt(8ppz)2는 양쪽에 긴 탄소 사슬 C8H17이 달려 있고, 오른쪽 Pt(fppz)2는 CF3기가 달려 있다. 가운데 줄은 계산으로 최적화한 이량체의 옆모습으로 Pt(8ppz)2는 백금 간격 4.1옹스트롬, Pt(fppz)2는 3.5옹스트롬이다. 아래 줄은 위에서 본 적층 모식도와 함께 노란색 가루인 Pt(8ppz)2 고체와 주황색 결정인 Pt(fppz)2 고체 사진
그림 1. (a) Pt(8ppz)2와 (b) Pt(fppz)2의 분자 구조와 정전기 전위 분포. 가운데 백금 뼈대는 같고 곁가지만 다르다. (c)(d) 양자화학 계산으로 최적화한 이량체의 옆모습. 여기 적힌 4.1Å과 3.5Å은 계산값이다. 실측한 Pt(8ppz)2 단결정의 백금 간격은 5.52Å으로 계산보다 1.4Å 길었다. (e)(f) 위에서 본 적층 모식도와 실제 고체 사진. Advanced Science (2026) Fig. 1, CC BY 4.0

3. 싱크로트론 X선으로 잰 백금 간격

연구진은 백금 간격을 싱크로트론 X선 두 가지로 쟀다. 하나는 백금 원자 바로 주변의 이웃 거리를 보는 확장 X선 흡수 미세구조(EXAFS)이고, 다른 하나는 박막 전체의 결정 배열을 보는 스침각 광각 X선 산란(GIWAXS)이다.

EXAFS에서 Pt(fppz)2에만 이웃 백금의 신호가 따로 잡혔다. 영하 268도(5K)에서 모델로 맞춘 백금 간격은 3.32Å이었다. Pt(8ppz)2에서는 이 신호가 보이지 않았다. 간격이 5.5Å을 넘어 이 측정이 감지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EXAFS는 몇 분자가 한 줄로 쌓였는지도 알려 준다. Pt(fppz)2는 5K에서 평균 4~10분자가 가지런히 쌓였고, 상온(295K)에서는 2~4분자로 줄었다. 온도가 오르면 적층이 짧아진다는 뜻이다.

박막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Pt(fppz)2 증착 박막은 한 방향으로 잘 정렬된 결정이었고, Pt(8ppz)2 박막은 대부분 비정질이었다. 긴 사슬이 결정 배열 자체를 흐트러뜨렸다.

여섯 칸 그래프. (a)와 (b)는 5K와 295K에서 잰 두 착체의 EXAFS 푸리에 변환 크기로, 2옹스트롬 부근 Pt-N 봉우리는 두 착체가 같고 3.3옹스트롬 부근의 Pt-Pt 봉우리는 Pt(fppz)2에서만 솟아 있다. (c)는 Pt(fppz)2 박막의 2차원 GIWAXS 무늬로 여러 브래그 반점이 표시돼 있다. (d)는 적분한 산란 곡선과 P21/c 공간군 맞춤. (e)는 온도에 따른 격자상수 a, b, c의 변화. (f)는 온도에 따른 백금 간격으로, GIWAXS c축의 절반은 110K 3.39옹스트롬에서 300K 3.60옹스트롬으로 늘고, EXAFS 점은 5K 3.32옹스트롬과 295K 약 3.55옹스트롬에 찍혀 있다
그림 2. (a)(b) 5K와 295K에서 잰 EXAFS. 세로 막대가 Pt(fppz)2의 이웃 백금 신호 자리다. 이 신호는 Pt(fppz)2에만 있다. 범례의 선 색은 원문에서 두 착체가 서로 뒤바뀌어 표기돼 있다. 백금 신호 봉우리가 있는 빨간 선이 Pt(fppz)2다. (c)(d) Pt(fppz)2 30nm 박막의 GIWAXS와 구조 맞춤. (e) 온도에 따른 격자상수. (f) 온도에 따른 백금 간격. 상온에서는 3.32Å이 아니라 3.5~3.6Å이다. Advanced Science (2026) Fig. 2, CC BY 4.0

4. 발광 효율 두 배, 발광 속도 네 배

백금 간격이 벌어진 쪽과 붙은 쪽은 발광 효율이 두 배, 발광 속도가 네 배 차이 났다. 증착 박막 기준으로 Pt(fppz)2의 광발광 양자효율(PLQY)은 93%, Pt(8ppz)2는 44%였다.

더 큰 차이는 들뜬 상태의 수명이다. Pt(fppz)2 박막은 370나노초 만에 한 번에 꺼졌다. Pt(8ppz)2 박막은 0.70마이크로초와 8.6마이크로초 두 성분으로 꺼졌다. 긴 성분만 비교하면 약 23배다.

박막광발광 양자효율발광 파장수명복사 속도
Pt(8ppz)244%509nm0.70·8.6µs6.31×105/s
Pt(fppz)293%624nm0.37µs25.3×105/s
논문 Table 1의 증착 박막 행. 복사 속도는 빛을 내며 꺼지는 빠르기로, 클수록 엑시톤이 오래 머물지 않고 빛으로 빠져나간다.

두 분자가 내는 빛의 정체도 달랐다. 시간분해 발광 스펙트럼에서 Pt(8ppz)2는 520nm 부근의 리간드 중심 발광으로 시작해 약 1마이크로초에 걸쳐 600nm 부근의 엑시머 발광으로 옮겨 갔다. 분자 둘이 엉겨 붙은 들뜬 상태에서 늦게 나오는 빛이다.

Pt(fppz)2는 들뜨자마자 620nm의 넓은 빛을 냈고 스펙트럼 모양이 끝까지 거의 그대로였다. 중간에 다른 상태를 거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네 칸 그래프. (a) Pt(8ppz)2의 용액과 박막 흡수·발광 스펙트럼으로, 발광이 510나노미터 부근의 녹색이다. (b) Pt(fppz)2는 용액의 흡수 봉우리와 달리 박막에서 490나노미터 흡수와 624나노미터 적색 발광이 나타난다. (c) Pt(8ppz)2 박막의 시간분해 발광 지도로, 0~2마이크로초 구간은 500나노미터 부근, 10~30마이크로초 구간은 575나노미터 부근에 봉우리가 있다. (d) Pt(fppz)2 박막은 0~0.5마이크로초 안에 620나노미터 부근의 넓은 빛이 모두 나온다
그림 3. (a)(b) 톨루엔 용액(점선)과 증착 박막(실선)의 흡수·발광 스펙트럼. Pt(fppz)2는 박막이 되면서 발광이 624nm로 크게 옮겨 갔다. (c)(d) 400nm로 들뜬 뒤의 시간분해 발광. Pt(8ppz)2는 세로축이 50마이크로초, Pt(fppz)2는 1마이크로초 남짓까지다. 두 그림의 시간 눈금이 약 50배 다르다. Advanced Science (2026) Fig. 3, CC BY 4.0

5. 백금끼리 묶였다는 증거는 진동에 찍혔다

MMLCT가 생겼다는 직접 증거로 연구진은 백금 원자 둘이 서로 당겼다 밀었다 하는 진동을 내놓았다. 규슈대 쪽이 펨토초 과도흡수 분광으로 잡았다. 1펨토초는 1천조분의 1초다.

Pt(fppz)2 박막의 신호에는 들뜬 직후 약 1.5피코초 동안 물결 같은 진동이 겹쳐 있었다. 연구진은 558nm 신호에서 지수 감쇠를 빼고 남은 진동을 주파수로 바꿨다. 45cm-1에 뚜렷한 봉우리 하나가 나왔다.

논문은 이 낮은 주파수를 백금-백금 신축 진동으로 해석한다. 리간드 고리의 진동(약 1,280cm-1)보다 서른 배 가까이 느린, 무거운 원자끼리의 진동이다. Pt(8ppz)2의 신호에는 이런 진동이 없었다. 백금끼리 묶인 들뜬 상태가 Pt(fppz)2에만 생겼다는 증거로 제시한 것이다.

여섯 칸 그래프. (a)와 (b)는 두 착체 박막의 펨토초 과도흡수 스펙트럼으로 간섭 무늬가 겹쳐 있다. (c)는 Pt(8ppz)2의 파장별 시간 변화로 매끈하게 오르내린다. (d)는 Pt(fppz)2로, 558나노미터와 567나노미터 신호가 처음 1.5피코초 동안 물결치듯 흔들린다. (e)는 558나노미터 신호와 단일 지수 맞춤, 그리고 그 차이인 잔차의 진동. (f)는 잔차를 푸리에 변환한 결과로 45cm-1 부근에 봉우리 하나가 솟아 있다
그림 4. (a)(b) 두 박막의 펨토초 과도흡수 스펙트럼. 촘촘한 줄무늬는 간섭 무늬로 해석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c)(d) 파장별 시간 변화. Pt(fppz)2의 558·567nm 신호만 처음 1.5피코초 동안 흔들린다. (e) 558nm 신호에서 지수 감쇠를 뺀 잔차. (f) 잔차의 주파수 분석. 45cm-1의 봉우리를 백금-백금 신축 진동으로 본다. Advanced Science (2026) Fig. 4, CC BY 4.0

6. OLED에서 롤오프는 얼마나 달랐나

Pt(fppz)2 OLED는 1만 cd/m²에서 최대 외부양자효율(EQE)의 약 65%를 지켰고, Pt(8ppz)2 OLED는 1천 cd/m²에서 최대치의 10분의 1로 떨어졌다. 같은 소자 구조에서 발광층만 바꾼 비교다.

소자는 단순했다. ITO 전극 위에 정공수송층 TAPC 35nm, 발광층 25nm, 전자수송층 TmPyPB 60nm, LiF/Al 전극을 쌓은 3층 구조다. 발광층에는 호스트 없이 착체만 순수하게 증착했다.

최대 EQE는 **Pt(fppz)2가 29%, Pt(8ppz)2가 9%**였다. Pt(fppz)2는 5,000 cd/m²에서도 23%였다. 발광 파장은 각각 623nm와 513nm로 광발광과 거의 겹쳤다.

네 칸 그래프. (a) 소자의 에너지 준위 도식과 층 구조로 ITO 100나노미터, TAPC 35나노미터, 발광층 25나노미터, TmPyPB 60나노미터, LiF/Al이 쌓여 있다. (b) 전류밀도에 따른 외부양자효율로 Pt(fppz)2는 최대 29퍼센트에서 완만하게 내려오고, Pt(8ppz)2는 최대 9퍼센트에서 1mA/cm2를 넘자 급격히 떨어진다. 두 소자가 켜진 사진이 주황색과 녹색으로 들어 있다. (c) 전계발광 스펙트럼으로 513나노미터와 623나노미터 봉우리. (d) 전압에 따른 휘도로 Pt(fppz)2는 9볼트에서 약 3만 cd/m2에 이르고 Pt(8ppz)2는 약 1천 cd/m2에서 멈춘다
그림 5. (a) 에너지 준위와 소자 구조. (b) 전류밀도에 따른 외부양자효율. Pt(8ppz)2(녹색)는 전류가 늘자 효율이 곤두박질하고, Pt(fppz)2(빨강)는 완만하게 내려온다. 사진은 8V에서 켠 두 소자. (c) 전계발광 스펙트럼. (d) 전압에 따른 휘도. Pt(8ppz)2는 약 1천 cd/m²를 넘지 못했다. Advanced Science (2026) Fig. 5, CC BY 4.0

연구진은 짧은 펄스로 한계까지 밀어 보기도 했다. 줄열을 줄이려고 폭 10마이크로초 전압 펄스를 걸었더니, Pt(fppz)2 OLED가 1A/cm²를 넘는 전류에서 105 cd/m²에 가까운 밝기를 냈다. EQE는 3만 5천 cd/m²에서 10% 넘게, 8만 cd/m²에서 5% 넘게 남았다.

롤오프 차이의 원인으로 논문이 꼽는 것은 MMLCT 상태의 짧은 수명이다. 소자에서 잰 전계발광 감쇠도 Pt(fppz)2 쪽이 훨씬 빨랐다. 엑시톤이 빨리 빛으로 빠져나가면 전류를 늘려도 서로 부딪칠 만큼 쌓이지 않는다.

정공만 흐르게 만든 소자에서는 Pt(fppz)2의 정공 이동도가 약 3배 높았다. 빽빽하게 쌓인 결정 박막이라 분자 사이로 전하가 잘 건너간다는 해석이다.

7. 롤오프를 잡은 구조는 왜 발광색을 빨갛게 만드나

백금 원자끼리 오비탈이 겹쳐 생긴 MMLCT 상태가 원래 에너지가 낮기 때문이다. 롤오프를 잡은 원인과 적색이 된 원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하나다. 이것이 이 논문을 산업 쪽에서 읽을 때 가장 먼저 붙잡아야 할 사실이다.

논문의 표가 그것을 보여 준다. Pt(fppz)2는 분자가 흩어진 용액에서 447nm의 청색 영역 빛을 아주 약하게 냈다(PLQY 1% 미만). 그런데 분자들이 쌓인 박막에서는 624nm로 177nm나 옮겨 갔다. 백금끼리 붙지 않는 Pt(8ppz)2는 용액 495nm에서 박막 509nm로 14nm만 움직였다.

논문 서론도 이 점을 적어 둔다. MMLCT 착체는 기존 전하이동 착체보다 수명이 짧고 발광 에너지가 낮으며, 순수 박막 MMLCT OLED가 뛰어난 성능을 보인 곳은 특히 적색에서 근적외선 영역이라고 쓴다.

그러니 이 연구가 곧장 푸는 문제는 적색과 근적외선의 롤오프다. 롤오프가 가장 골치 아픈 청색 인광에 같은 원리를 그대로 옮기는 길은 이 논문에 없다. 분자가 흩어진 상태에서 청색 영역을 내던 분자도 쌓이는 순간 적색이 됐다.

8. 초록과 본문 사이

이 논문을 읽을 때 구분해야 할 것이 다섯 있다. 초록과 그림만 보면 놓치는 것들이다.

첫째, 초록의 「3.3Å」은 영하 268도에서 잰 값이다. 초록은 Pt(fppz)2의 백금 간격을 「약 3.3Å」으로 적는다. 이것은 5K 분말 시료의 EXAFS 값 3.32Å이다. 그림 2f를 보면 상온에서는 EXAFS로 약 3.55Å, 박막 GIWAXS로 약 3.6Å이다. OLED가 실제로 켜지는 온도의 간격은 뒤쪽이다.

둘째, 백금 간격을 좌우하는 열팽창 숫자가 본문과 그림에서 맞지 않는다. 본문은 c축 열팽창계수를 「약 35×10-6/K」라 쓰고, 이것이 a·b축보다 크다고 적는다. 그런데 같은 그림의 a축이 98×10-6/K다. 35가 맞다면 c축이 오히려 작다.

그림 2e의 c축 데이터는 110K에서 300K 사이에 약 6.78Å에서 7.19Å으로 늘어난다. 기울기로 따지면 10-4/K 자릿수로, 본문 숫자보다 열 배쯤 크다. 그림 라벨(345×10-5)과도 자릿수가 다르다.

격자상수도 어긋난다. 본문이 「상온」 값으로 적은 a 22.05Å, b 12.72Å, c 6.75Å은 그림 2e에서 110K 부근 값과 맞아떨어진다.

어느 숫자든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백금이 쌓인 방향이 유난히 잘 늘어난다. 논문도 이것이 상온에서 이웃 백금 신호가 약해진 이유라고 적는다.

그러나 소자 온도를 올려 가며 효율과 색을 잰 자료는 없다. 밝게 켤수록 뜨거워지는 소자를 생각하면 비어 있는 칸이다.

셋째, 광추출 효율 31%와 20%는 따로 잰 값이 아니다. 논문은 최대 EQE 차이를 전하 균형, 높은 PLQY, 효율적인 광추출로 설명한다. 그런데 **29%를 93%로 나누면 31%, 9%를 44%로 나누면 20%**다. 20%는 논문도 PLQY 44%를 가정해 추정했다고 적는다.

두 값 모두 전하 균형을 100%로 둔 계산과 같다. 그러니 이 숫자로는 전하 균형과 광추출 가운데 무엇이 효율 차이를 만들었는지 가를 수 없다.

넷째, 두 분자는 백금 간격 말고도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다르다. 발광색(적색과 녹색), 박막 상태(결정과 비정질), 정공 이동도(약 3배)가 모두 다르다. 전계발광 감쇠 측정이 수명 차이를 뒷받침하지만, 롤오프 가운데 얼마가 수명 때문이고 얼마가 전하 수송 때문인지는 따로 떼어 보지 않았다.

다섯째, 초록이 드는 응용과 결론이 쓰는 「동작 안정성」은 이 논문에서 시험되지 않았다. 초록은 가시광 통신·생체영상·투명 디스플레이를 응용으로 들지만 그 실험은 없다.

결론은 「밝기와 동작 안정성이 향상된 소재」 설계 전략이라고 맺지만, 소자 수명을 잰 데이터는 본문에 없다. 8만 cd/m²도 10마이크로초 펄스 구동에서 나온 값이다.

9. 산업 쪽에서 남는 것

그럼에도 이 연구가 분명히 보여 준 것이 있다.

롤오프를 재료의 「쌓이는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뼈대에 곁가지만 바꿨더니 박막이 결정이 되느냐 비정질이 되느냐가 갈렸다. 그것이 백금 간격과 수명을 거쳐 소자의 롤오프까지 이어졌다.

연구진은 이 연결을 X선, 초고속 분광, 소자 측정으로 한 줄에 꿰었다.

소자 구조가 단순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호스트에 도펀트를 섞는 공증착 없이 발광 재료 하나만 증착한 3층 소자에서 최대 EQE 29%가 나왔다. 다만 결정 박막이 넓은 면적에서 얼마나 균일한지, 화소 단위 공정에서 어떻게 거동하는지는 이 논문이 다루지 않았다.

3.3Å과 29%와 10만 cd/m²는 모두 조건이 붙은 숫자다. 5K의 간격이고, 최대치의 효율이고, 펄스 구동의 밝기다. 이 논문이 조건 없이 보여 준 것은 하나다. 들뜬 상태를 빨리 비우는 구조가 롤오프를 잡았고, 바로 그 구조가 색을 적색으로 정했다. 앞의 것은 가능성을, 뒤의 것은 그 가능성이 어느 색에서 먼저 열리는지를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