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2026.09.29 · 읽는 시간 8분

액정 겔 온도센서는 굳힐 때의 상이 감도를 정한다

액정은 온도에 예민합니다. 디스플레이는 그 예민함을 없애려 애써 왔는데, 이탈리아 연구진은 그것을 신호로 썼습니다. 액정을 고분자 그물에 가둔 겔을 유전체로 쓴 정전용량 온도센서입니다. 공정은 액정 패널 라인 그대로이고, 물속에서 굽힌 채로도 동작했습니다. 감도를 가른 것은 액정 함량이 아니라 굳힐 때의 상이었습니다.

저자제1저자 V. Spinoso, 말저자 S. Nocentini (이탈리아 유럽비선형분광연구소 LENS) 총 4인 · 이탈리아 국가계량연구소·피렌체대 공동
게재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 2026-09-25 온라인 공개 · DOI 10.1021/acsami.6c12680

액정은 온도에 예민하다. 조금만 따뜻해져도 분자가 늘어선 정도가 흐트러지고, 그에 따라 복굴절과 점도와 문턱전압이 함께 움직인다.

디스플레이는 그 예민함을 없애려고 애써 온 쪽이다. 온도가 오르면 색이 틀어지고 응답이 빨라지니, 패널 설계는 그 변동을 보정하거나 억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이탈리아 연구진은 반대로 갔다. 그 예민함을 신호로 쓴다. 액정을 고분자 그물에 가둔 겔을 커패시터의 유전체로 넣고,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정전용량을 읽는다.

눈에 띄는 것은 만드는 방법이다. 러빙으로 배향을 잡고, 20마이크로미터 스페이서로 셀을 만들고, 모세관으로 채우고, 자외선으로 굳힌다. 액정 패널 라인이 매일 하는 일 그대로다.

결과는 공기 중에서 섭씨 1도당 정전용량이 최대 1% 바뀌고, 물속에 담근 채 굽혀도 같은 동작을 했다.

그리고 이 기사가 짚을 것은 그 다음이다. 감도를 가른 것은 액정을 얼마나 넣었느냐가 아니라 굳힐 때 액정이 어떤 상이었느냐였고, 놀랍게도 덜 가지런한 쪽이 더 민감했다.

1. 액정으로 온도를 재면 무엇이 좋은가

정전용량을 정하는 두 값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평행판 커패시터의 정전용량은 유전율에 비례하고 두 판 사이 거리에 반비례한다.

온도가 오르면 액정 겔에서는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난다. 하나는 액정 분자의 배열이 흐트러지며 유효 유전율이 오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분자 골격이 수축해 유전체가 얇아지는 것이다.

유전율이 오르면 정전용량이 커지고, 두께가 줄어도 정전용량이 커진다. 두 효과가 서로 더해진다. 논문이 「상승 작용하는 이중 변환」이라 부르는 것이 이것이다.

문제는 순수 액정이 액체라는 점이다. 새고, 무르고, 단단한 봉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연구진은 액정을 가교된 고분자 그물 안에 가둔 겔을 썼다. 액정의 예민함은 살리고 기계적 약점은 덮는 방식이다.

동작 원리 모식도. 왼쪽은 상온에서 금 전극 두 장 사이에 두꺼운 액정 겔이 들어 있는 구조이고, 오른쪽은 가열 뒤 겔이 얇아진 구조다. 가운데 화살표가 가열과 냉각을 나타낸다. 오른쪽 그래프는 온도가 오르내릴 때 정전용량이 톱니처럼 오르내리는 모습과, 유전율은 커지고 두께는 작아진다는 표시가 있다
그림 1. 액정 겔 커패시터의 동작 원리. 금 전극 사이에 액정 겔이 유전체로 들어간다. 온도가 오르면 유전율이 커지고(ε₂>ε₁) 두께는 줄어(d₂<d₁), 두 효과가 함께 정전용량을 키운다.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2026) Fig. 1, CC BY 4.0

2. 공정이 액정 패널 라인 그대로다

러빙한 배향막, 스페이서로 잡은 셀 갭, 모세관 주입, 자외선 경화. 공정 이름만 늘어놓으면 액정 패널 공장의 하루와 구분되지 않는다.

순서는 이렇다. 유리나 마일라 필름 위에 금 전극 30나노미터를 스퍼터로 올린다. 다른 유리에는 폴리비닐알코올을 바르고 문질러 배향을 만든다. 이 막은 나중에 물에 녹여 떼어 낼 희생층이기도 하다.

두 기판을 20마이크로미터 스페이서로 붙여 셀을 만들고, 반응성 액정 혼합물을 모세관으로 채운다. 섭씨 55도, 네마틱 상에서 자외선을 2초 쬐어 굳힌다.

굳힌 뒤 물에 24시간 담가 희생층을 녹이고 위쪽 유리를 뗀다. 드러난 겔 위에 다시 금을 올리면 소자가 완성된다. 전극 면적은 25제곱밀리미터, 유전체 두께는 실측 18마이크로미터다.

액정 재료도 낯익다. 반응성 메소젠 두 가지를 9:1로 섞은 바탕에, 네마틱 액정 5CB를 25·50·75중량%로 섞었다.

두 칸 그림. (a) 소자 제작 순서 모식도로 아래 금 전극 스퍼터, 액정 혼합물 주입, 네마틱 상으로 만드는 열처리, 자외선 중합, 위쪽 금 전극 스퍼터가 차례로 그려져 있고 가운데에 완성된 구조의 입체도가 있다. (b) 쓰인 재료 세 가지의 화학 구조식
그림 2. (a) 제작 순서. 네마틱 상으로 만든 뒤 자외선으로 굳히는 것이 핵심 단계다. (b) 쓰인 재료. 반응성 메소젠 두 가지와 네마틱 액정 5CB.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2026) Fig. 2, CC BY 4.0

3. 액정을 많이 넣을수록 민감하지만, 무르다

5CB를 75%까지 넣으면 정전용량 변화가 60%까지 커진다. 25%에서 50%로 올릴 때는 유전율이 3.7에서 4.4로 조금 오르는 데 그치지만, 75%에서는 13을 넘어 크게 뛴다.

주사전자현미경이 이유를 보여 준다. 25~50%에서는 고분자가 빈틈 없이 이어진 구조인데, 75%에서는 마이크로미터 크기 구멍이 뚫린 성긴 그물이 된다. 그 구멍을 채운 액정이 유전율을 지배한다.

그런데 연구진이 고른 것은 75%가 아니라 **50%**다. 75% 소자는 너무 물러서 다루기 어렵고 조립 중에 상하기 쉬웠다. 감도와 견고함 사이에서 타협한 조성이다.

액정을 전혀 넣지 않은 소자(0%)는 온도를 올려도 정전용량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이 소자가 기준선 노릇을 한다. 반응을 만드는 것은 고분자가 아니라 갇힌 액정이라는 뜻이다.

일곱 칸 그림. (a) 유리 기판과 마일라 필름 위에 만든 두 소자의 실물 사진. (b) 주파수에 따른 정전용량 곡선으로 100킬로헤르츠 위에서 평평해진다. (c) 표면 현미경 사진과 3차원 형상으로 유리, 액정 유전체, 위쪽 전극의 단차가 보인다. (d) 액정 함량별 유전율 곡선으로 75퍼센트만 13을 넘는다. (e~g) 액정을 빼낸 뒤 찍은 고분자 그물의 전자현미경 사진 세 장으로, 함량이 높을수록 구멍이 크다
그림 4. (a) 유리와 마일라 필름 위의 소자. (b) 주파수에 따른 정전용량. 100kHz 위에서 평평해져 그 구간에서 읽는다. (c) 두께 측정. (d) 액정 함량별 유전율. 75%에서 13을 넘는다. (e~g) 액정을 빼낸 고분자 그물. 함량이 높을수록 구멍이 크다.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2026) Fig. 4, CC BY 4.0

4. 감도를 정한 것은 무엇이었나

같은 조성인데 등방 상에서 굳힌 소자는 온도에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정전용량 변화가 0에 가깝다. 이것이 이 논문에서 가장 분명한 갈림이다.

연구진은 중합할 때의 액정 상태만 바꿔 세 가지 소자를 만들었다. 문질러 한 방향으로 정렬한 균일 평면, 문지르지 않아 여러 구역으로 나뉜 폴리도메인, 그리고 네마틱-등방 전이 온도 위에서 굳혀 배향이 없는 등방이다.

등방 소자에서는 고분자 섬유가 아무 방향도 없이 굳었다. 그러면 온도가 올라도 풀릴 배열이 없다. 액정이 들어 있어도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더 가지런한 쪽이 더 민감할 것 같지만, 반대였다. 균일 평면 소자는 최대 38%였고, 폴리도메인 소자가 10%포인트 이상 더 큰 변화를 냈다.

이유로 논문이 드는 것은 그물의 성김이다. 폴리도메인 쪽은 구역들이 제각각 서서 더 열린 구조가 되고, 기판에 붙들린 정도가 덜해 열에 따른 수축과 재배향이 쉽다. 두께 수축이 최대 8%까지 나오는 것도 이쪽이다.

균일 평면은 반대다.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굳은 만큼 기판과 단단히 맞물려 수직 방향 변형이 억눌린다. 잘 정렬한 것이 여기서는 손해가 된다.

다섯 칸 그림. (a) 액정 함량 25, 50, 75퍼센트 소자의 계단형 가열에 따른 정전용량 변화 곡선. (b) 메소젠 분자를 바꿨을 때의 반응 비교. (c) 30도에서 100도까지 12회 반복한 내구성 시험 곡선. (d) 폴리도메인, 균일 평면, 등방 세 가지 배향의 정전용량 변화 비교로 등방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e) 세 배향의 단면 전자현미경 사진
그림 5. (a) 액정 함량별 반응. (b) 메소젠 분자에 따른 차이. (c) 12회 반복해도 흔들리지 않았다. (d) 배향에 따른 반응. 등방 상에서 굳힌 소자(검정)는 거의 반응하지 않고, 폴리도메인(파랑)이 균일 평면(빨강)보다 크다. (e) 세 배향의 단면.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2026) Fig. 5, CC BY 4.0

5. 물속에 담근 채 굽혀도 됐다

물속에서 평균 감도 섭씨 1도당 0.80%였다. 공기 중 측정과 같은 원리가 물에서도 그대로 작동했고, 곡선의 맞음새도 0.9986으로 좋았다.

공기 중 감도는 온도 구간에 따라 달랐다. 체온 부근인 37도에서 0.25%/℃, 70도 이상에서 **약 1%/℃**다. 액정이 배열을 잃어 가는 구간에서 가장 민감해진다.

물속에서는 손이 하나 더 간다. 전극과 물 사이에 전기이중층이 생겨 기준 정전용량이 달라지므로, 물속에서 기준값을 다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온이 따라오지 못하는 100kHz 이상에서 읽는다.

반복성도 확인했다. 30도에서 100도까지 12번 오르내려도 100도에서의 정전용량 변동이 3.6피코패럿(4.2%)에 그쳤다.

유연 기판에서도 같았다. 125마이크로미터 마일라 필름 위에 같은 공정으로 만들어, 관절을 굽히는 정도로 휜 상태에서 물에 담그고 측정했다.

여섯 칸 그림. (a) 공기 중 측정 구성 모식도. (b) 물속 측정 구성 모식도. (c) 공기 중 온도에 따른 정전용량 변화와 맞춤 곡선. (d) 물속에서의 같은 곡선. (e) 두 환경의 감도 곡선으로 온도가 높을수록 감도가 커진다. (f) 물속에서 세 번 반복한 가열·냉각 곡선
그림 6. (a)(b) 공기와 물속 측정 구성. (c)(d) 온도에 따른 정전용량 변화와 맞춤 곡선. (e) 감도. 온도가 높을수록 민감해진다. (f) 물속 반복 측정.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2026) Fig. 6, CC BY 4.0

6. 초록과 본문 사이

첫째, 감도는 하나의 숫자가 아니다. 체온 부근 0.25%/℃와 70도 이상 1%/℃는 네 배 차이다. 초록이 말하는 높은 감도는 액정이 배열을 잃는 고온 구간의 값이고, 웨어러블이 쓸 체온 부근은 그 4분의 1이다.

둘째, 반응이 직선이 아니다. 온도-정전용량 관계는 2차 다항식으로 맞춘다. 좁은 구간에서는 직선으로 근사할 수 있고, 1℃/분으로 천천히 올릴 때 **0.35%/℃**로 적는다.

셋째, 물속 수치는 기준값을 다시 잡은 결과다. 전기이중층 때문에 물에 담그면 기준 정전용량 자체가 달라진다. 그 값을 새로 잡고 변화율만 보는 방식이라, 절대값을 그대로 옮겨 쓸 수는 없다.

넷째, 두께 수축의 몫은 생각보다 작다. 100도에서 4~5% 수준이고, 반응을 주로 만드는 것은 유전율 변화라고 논문이 적는다. 그림 1의 두 화살표가 같은 크기로 보이지만 실제 기여는 한쪽이 크다.

다섯째, 이것은 디스플레이 소자가 아니다. 논문이 겨냥하는 곳은 웨어러블·소프트 로보틱스·수중 계측이다. 화면에 얹는 이야기는 이 논문에 없다.

7. 디스플레이 쪽에서 읽을 것

액정 패널이 지워 온 성질이 여기서는 출력이 된다. 온도에 따라 배열이 흐트러지는 것은 패널에서 색과 응답을 흔드는 골칫거리였다. 같은 물성을 그대로 두고 읽기만 바꾸면 센서가 된다.

그래서 공정 거리도 짧다. 러빙 배향, 셀 갭 스페이서, 모세관 주입, 자외선 경화는 전부 액정 라인의 기본기다. 새 장비보다 배향을 어떻게 잡느냐가 성능을 정하는 구조라, 그 공정을 오래 다뤄 온 쪽에 유리하다.

그리고 이 논문의 발견은 바로 그 배향 공정에 값을 매긴다. 같은 재료·같은 조성인데 등방 상에서 굳히면 감도가 0이고, 네마틱 상에서 굳히되 덜 가지런하게 두면 더 민감했다. 「잘 정렬하는 것」이 항상 답은 아니라는 뜻이다.

남는 숫자는 0과 38%다. 등방으로 굳히면 반응이 0에 가깝고, 가지런히 굳히면 38%, 덜 가지런하게 굳히면 그보다 10%포인트 이상 크다. 재료를 바꾸지 않고 굳히는 순간의 상태만 바꿔 얻은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