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2026.09.01 · 읽는 시간 11분

아이소소바이드 가교제로 잡은 폴더블 접착제의 투명도와 회복력

폴더블 화면에서 가장 조용한 층이 광학투명접착제입니다. 접으면 눌린 자국이 남고, 늘리면 뿌예집니다. UNIST와 ㈜영우 연구진은 옥수수에서 얻는 아이소소바이드로 가교제를 새로 짜 50% 늘린 상태에서도 투과율 98.6%를 지켰고, 놓으면 2.5초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논문은 이 투과율 차이만으로 배터리 사용시간이 약 4% 늘어난다고 계산했습니다.

저자제1저자 Yoonji Choi, 교신 Myung-Jin Baek · Dong Woog Lee(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외 총 9인 · ㈜영우(경기 군포) 공동
게재Advanced Science, 2026-08-30 온라인 공개 · Early View (e77348, 권·호 미배정) · DOI 10.1002/advs.77348

폴더블 화면을 뜯어 보면 커버윈도, 편광판, 터치센서, 패널이 층층이 쌓여 있고 그 사이마다 광학투명접착제(OCA) 가 들어간다. 두께는 수십 마이크로미터, 존재감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층은 두 가지 모순된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붙어 있어야 하고,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접으면 바깥면은 늘어나고 안쪽면은 눌린다. 층끼리 미끄러지지 않으면 딱딱한 층에 응력이 몰려 금이 가고, 너무 미끄러지면 들뜬다. 게다가 이 층은 빛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어서 조금만 흐려져도 화면 전체가 그만큼 어두워진다.

지금 쓰이는 아크릴계 접착제는 이 둘을 동시에 만족시키지 못한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와 점착필름 가공업체 ㈜영우가 함께 낸 이 논문은, 가교제를 아예 새로 합성해 그 지점을 건드렸다.

1. 옥수수에서 온 분자

핵심 재료는 아이소소바이드다. 포도당에서 유도되는 바이오매스 유래 이당 알코올로, 고리 두 개가 붙은 단단한 구조다. 연구진은 여기에 H6XDI(1,3-비스(아이소시아나토메틸)사이클로헥산)를 우레탄 반응으로 붙이고 말단을 아크릴레이트로 바꿔 폴리우레탄 다이아크릴레이트(PUDA) 가교제를 만들었다.

대조군은 지금 흔히 쓰는 HDDA(1,6-헥산디올 다이아크릴레이트)다. 같은 아크릴 매트릭스에 가교제만 바꿔 비교했다.

이 설계에서 노린 것이 세 가지다.

  • 아이소소바이드는 복굴절이 낮다. 편광판 사이에 놓이는 층이라 이 성질이 그대로 광학 성능이 된다.
  • H6XDI의 사이클로헥산 고리가 수소결합을 방해한다. 늘렸을 때 우레탄기끼리 새로 수소결합을 맺어 굳어버리는 것을 막는다.
  • 폴리우레탄 사슬 안의 연질 구간이 사슬을 계속 움직이게 둔다.

세 번째와 두 번째가 뒤에 나올 “빨리 돌아오는 성질”의 근거다.

포도당에서 아이소소바이드를 거쳐 폴리우레탄 다이아크릴레이트 가교제를 합성하는 경로와, 그 가교제로 가교된 광학투명접착제의 망상 구조를 그린 개념도
그림 1. (a) 포도당에서 유도되는 아이소소바이드의 합성 경로. (b) 아이소소바이드 폴리올과 H₆XDI를 우레탄 반응으로 이어 붙이고 말단을 아크릴레이트로 바꾼 PUDA 가교제. (c) PUDA로 가교된 접착제의 망상 구조. Advanced Science (2026) Fig. 1, CC BY 4.0

2. 투과율 6.8%포인트가 배터리 4%가 되는 계산

먼저 아무것도 늘리지 않은 상태의 투과율부터 보면, 0.175 PUDA 배합은 가시광 전 영역에서 99.8% 를 넘겼다. 대조군 HDDA는 93%다.

6.8%포인트 차이가 실감이 안 날 수 있는데, 논문은 이것을 전력으로 환산했다. 논리는 간단하다. 사용자가 보는 밝기는 패널이 내는 밝기에 스택 전체의 투과율을 곱한 값이다. 투과율이 낮으면 같은 밝기를 내기 위해 패널을 그만큼 더 세게 켜야 하고, OLED 소비전력은 패널 휘도에 비례한다.

논문의 계산은 이렇다.

항목값
같은 외부 휘도 기준 OLED 소비전력 절감7.31%
스마트폰 전체 소비전력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약 50%
기기 전체 소비전력 절감약 3.66%
배터리 사용시간 증가약 4%

디스플레이 비중 50%는 다른 문헌에서 가져온 가정값이므로 정확한 예측이라기보다 자릿수 감각으로 읽는 것이 맞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접착제 투과율은 화질 문제로만 취급돼 왔는데, 실제로는 전력 항목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3. 늘려도 뿌예지지 않는다

변형률 0, 20, 50%에서 두 접착제의 투과율 스펙트럼과 가교제 함량별 투과율, 헤이즈와 황색도 막대, 변형 상태의 실제 사진, 그리고 기존 접착제들과 투과율·박리강도를 비교한 산점도
그림 3. (a~c) 변형률 0·20·50%에서의 투과율 스펙트럼. PUDA는 99.8 → 99.6 → 98.6%인데 HDDA는 93 → 85.1 → 71.9%로 떨어진다. (d) 가교제 함량을 바꿔도 투과율은 유지된다. (e, f) 0%와 50% 변형에서의 헤이즈와 황색도. (g) 변형 상태의 실제 사진. HDDA만 눈에 띄게 뿌예진다. (h) 기존 보고 및 상용 감압접착제와의 비교. Advanced Science (2026) Fig. 3, CC BY 4.0

더 중요한 것은 늘렸을 때다. 폴더블은 접히는 자리에서 접착제가 계속 변형되기 때문이다.

0.175 PUDA는 20% 변형에서 99.6%, 50% 변형에서 98.6%를 유지했다. 처음 대비 1.2%포인트 미만만 내려간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 HDDA는 85.1%, 71.9%로 주저앉았다.

빛이 흩어지는 정도를 재는 헤이즈에서 차이가 더 크다. PUDA는 0.54%에서 1.25%로 올랐을 뿐인데 HDDA는 5.70%에서 9.49%가 됐다. 위 그림 (g)의 실제 사진에서도 HDDA 시편만 늘릴수록 눈에 띄게 뿌예진다.

황색도(YI) 도 함께 봐 둘 만하다. PUDA는 1.43에서 1.39로 사실상 변화가 없고, HDDA는 3.27과 2.78로 두 배 이상 높다. 접착제가 노랗게 뜨면 흰 화면이 누렇게 보인다.

기존 접착제가 늘렸을 때 흐려지는 것은 대개 부분 결정화 때문인데, PUDA 망상은 그 현상을 보이지 않았다.

4. 놓으면 2.5초 만에 돌아온다

접착제가 늘어난 뒤 원래 길이로 돌아오지 못하면 그 자국이 화면에 남는다. 폴더블에서 흔히 말하는 접힘 자국의 한 원인이다.

100회 반복 인장 시험 후 회복을 나타낸 모식도와 시험 직후·완전 회복 후의 시편 사진, 가교제 함량별 완전 회복 시간, 그리고 길이 추적과 단일 지수 감쇠 맞춤으로 얻은 회복 곡선
그림 4. (a) 20% 변형으로 100회 반복한 뒤의 회복 시험 개념도. (b) 시험 직후와 완전 회복 후의 시편. (c) 가교제 함량별 완전 회복 시간. 16초에서 1.5초까지 줄어든다. (d, e) 길이를 추적해 단일 지수 감쇠로 맞춘 회복 곡선과 시정수 τ. Advanced Science (2026) Fig. 4, CC BY 4.0

20% 변형으로 100회 반복한 뒤 완전히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을 쟀다.

가교제 함량완전 회복까지
0.1 mol%16초
0.15 mol%5초
0.175 mol%2.5초
0.2 mol%1.5초
대조군 HDDA100초 초과

회복 곡선을 단일 지수 감쇠 모형으로 맞춰 얻은 시정수도 같은 방향이다. 가교제가 가장 적은 0.1 mol%가 4.70 ± 0.07초인 데 비해 0.2 mol%는 0.28 ± 0.02초이고, 대조군 HDDA는 27.68 ± 0.60초다. 결정계수가 0.99 수준으로 잘 맞는데, 이는 회복이 여러 기구가 뒤엉킨 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완화 기구로 설명된다는 뜻이다.

이 차이가 나는 이유를 논문은 수소결합으로 설명한다. 늘리는 동안 접착제 안에서 수소결합이 끊어졌다 새로 맺어지는데, 새로 맺힌 결합이 사슬을 붙잡아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PUDA는 사이클로헥산 고리와 큰 분자량으로 사슬 사이를 벌려 놓아 이 새 결합이 잘 생기지 않게 만들었다.

반복 하중에서 잃는 에너지(이력손실)도 5.16에서 3.80 kJ/m³로 줄고, 1,000 Pa로 300초를 눌렀다 놓는 크리프 시험에서 회복률이 88.3%였다. HDDA는 74.6%다.

5. 가장 빨리 돌아오는 배합을 고르지 않은 이유

표를 보면 0.2 mol%가 1.5초로 가장 빠르다. 그런데 연구진이 고른 것은 0.175다.

붙는 힘이 함께 내려가기 때문이다. 스테인리스강 기준 박리강도가 가교제 함량과 반대로 움직인다.

가교제 종류와 함량에 따른 박리강도 막대그래프, 기판별 박리강도, 프로브 택 값과 랩 전단강도, 그리고 80도에서 떼어낸 뒤 스테인리스 표면을 찍은 전자현미경 사진과 성분 분석 지도
그림 2. (a) 스테인리스강에서 잰 박리강도. 가교제를 넣을수록 내려간다. (b) 0.175 PUDA를 여러 기판에 붙였을 때의 박리강도. (c, d) 프로브 택 값과 랩 전단강도. (e) 80°C에서 떼어낸 뒤 스테인리스 표면의 전자현미경 이미지와 성분 분석 지도. PUDA 쪽에는 잔사가 남지 않는다. Advanced Science (2026) Fig. 2, CC BY 4.0
가교제 함량박리강도 (N/25mm)
0.1 mol%13.99 ± 1.48
0.15 mol%11.59 ± 0.95
0.175 mol%10.71 ± 0.50
0.2 mol%9.28 ± 0.39
대조군 HDDA11.65 ± 1.03
상용 감압접착제(Avery)11.90 ± 1.30

가교제를 넣을수록 사슬이 덜 움직여 기판을 적시는 능력이 떨어진다. 0.175는 상용 제품과 비슷한 접착력을 유지하는 마지막 지점이다.

기판을 바꿔도 두루 붙었다. PMMA에서 17.11 ± 0.88, 유리에서 14.45 ± 1.69, PET에서 10.18 ± 0.83 N/25mm를 냈다. 80°C에서 떼어낸 뒤 스테인리스 표면을 전자현미경과 성분분석으로 확인했을 때 잔사가 남지 않았다. 조립 공정에서 재작업이 가능한지를 가르는 조건이다.

6. 겨울과 10만 번

상온과 60°C에서는 두 접착제의 박리강도가 비슷하다. 갈리는 곳은 영하다.

영하 20도에서 0.175 PUDA는 45.8 N/25mm를 유지했는데 HDDA는 3.7 N/25mm로 떨어졌다. 12배 차이다. 저온에서 접착력이 무너지는 것은 고분자 망상이 굳어 기판 표면을 제대로 적시지 못하기 때문인데, PUDA는 유리전이온도가 낮고 사슬이 유연해 영하에서도 움직일 여지를 남긴다. 유변 측정에서도 영하 5도로 내릴 때 저장탄성률이 오르는 폭이 PUDA 쪽이 훨씬 작았다.

겨울에 폴더블폰을 열고 닫는 상황이 그대로 이 조건이다.

내구성 시험은 곡률반경 2 mm로 10만 번을 접었다. 접힘 부위에서 접착제 바깥면과 안쪽면이 각각 약 ±2.5%의 인장·압축 변형을 받는 조건이다. 시험 후 남은 처짐은 이렇다.

접힘 안정성 시험 모식도와 10만 번 접기 전후의 미세 비전 이미지, 시료별 처짐 변화 곡선, 실제 폴더블 모듈에 붙여 1만 번 접은 시험 결과, 그리고 롤링 시험 모식도와 전후 이미지
그림 5. (a) 접힘 안정성 시험 개념도와 접은 뒤의 처짐. (b, c) 10만 번 접기 전후의 미세 비전 이미지와 시료별 처짐. HDDA는 −25.07 µm, 0.175 PUDA는 −5.68 µm가 남았다. (d, e) 실제 폴더블 모듈에 0.175 PUDA를 붙여 1만 번 접은 뒤 위·가운데·아래의 처짐. (f, g) 곡률반경 20 mm 롤링 시험 1만 회 전후. Advanced Science (2026) Fig. 5, CC BY 4.0
시료10만 번 후 처짐
PUDA 0.1−13.41 µm
PUDA 0.15−5.97 µm
PUDA 0.175−5.68 µm
PUDA 0.2−0.72 µm
대조군 HDDA−25.07 µm

실제 폴더블 디스플레이 모듈에 0.175 PUDA를 붙여 1만 번 접은 시험에서는 위·가운데·아래에서 각각 −3.5, −2.6, −1.6 µm가 남았고 균열·주름·박리가 관찰되지 않았다. 곡률반경 20 mm로 1만 번 마는 롤링 시험도 통과했다.

7. 무를수록 좋은 층

접착제가 왜 물러야 하는지도 짚어 둘 만하다.

폴더블 스택은 강성이 서로 다른 층이 함께 접힌다. 접착제가 단단하면 층 사이의 변형 차이를 흡수하지 못해 딱딱한 층에 응력이 몰린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는 저장탄성률 0.3 MPa 미만을 요구하고, 감압접착제가 되려면 1 Hz에서 0.1 MPa 미만(달퀴스트 기준)이어야 한다.

PUDA 배합은 전부 0.1 MPa를 밑돌았고, 채택 배합인 0.175는 0.029 MPa다.

이 차이가 접힘 응력으로 나타난다. 접을 때 접착층이 받는 최대 굽힘응력은 PUDA 배합에서 2.00~3.23 kPa인데, HDDA는 11.40 kPa로 4~5배다. 반복 접힘에서 균열과 박리가 시작되는 자리가 응력이 몰리는 지점이므로, 이 값이 낮다는 것이 곧 수명이다.

8. 국내 소재사와 함께 쓴 논문

이 논문에서 산업 쪽이 눈여겨볼 대목은 저자 목록에 있다. 아홉 명 가운데 두 명이 ㈜영우(경기 군포) 소속이다. 점착·기능성 필름을 가공하는 국내 업체다. 측정 장비도 국내 제조사 것을 썼고, 연구비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과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이다.

OCA는 그동안 해외 화학사 제품에 의존해 온 품목이다. 그 자리에서 나온 연구의 저자 목록에 국내 가공업체가 들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이 논문의 한 부분이다.

다만 이 논문이 다룬 것은 접착제 필름 단독의 물성이다. 실제 모듈에서는 커버윈도·편광판·패널과 함께 적층됐을 때의 계면 신뢰성, 고온고습 시험, 장기 황변, 그리고 대면적 코팅 균일도가 별도 관문으로 남는다. 폴더블 모듈 1만 번 시험이 그 방향의 첫 확인이고, 10만 번 시험은 아직 필름 단독 조건이다.

그럼에도 “접착제는 붙기만 하면 된다”는 자리에서 접착제를 꺼내 온 것이 이 연구의 값이다. 투과율은 전력이 되고, 회복 속도는 접힘 자국이 되며, 저온 접착력은 겨울철 신뢰성이 된다. 폴더블 스택에서 가장 얇은 층이 실은 세 가지 사양을 동시에 쥐고 있다.

광학투명접착제(OCA)
디스플레이 각 층을 붙이면서 빛을 그대로 통과시켜야 하는 접착 필름. 두께는 보통 수십 마이크로미터다.
아이소소바이드
포도당에서 유도되는 바이오매스 유래 이당 알코올. 고리 두 개가 붙은 단단한 구조이고 복굴절이 낮다.
헤이즈
투과광 중 흩어져 나가는 비율. 값이 크면 화면이 뿌옇게 보인다.
달퀴스트 기준
1 Hz에서 저장탄성률이 0.1 MPa보다 낮아야 손으로 눌러 붙는 감압접착제로 기능한다는 경험 기준.
크리프 회복률
일정한 힘으로 오래 눌린 뒤 힘을 없앴을 때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비율. 남는 만큼이 영구 변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