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2026.07.30 · 읽는 시간 9분

삼성디스플레이가 화면에 지름 16배 큰 구멍을 낸 이유

자동차 실내는 최근 몇 년간 온통 터치스크린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부터 유럽 안전 평가가 방향지시등 등 5개 기능은 물리버튼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최고 등급을 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K-디스플레이 2026에서 꺼낸 답은 화면에 지름 80mm짜리 구멍을 뚫어 버튼을 그 안에 박아 넣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구멍을 아예 안 뚫는 경쟁 기술(파나소닉·마이크로칩 KoD)도 있습니다. 2019년 5mm 카메라홀 기술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리고 정반대 접근이 왜 나왔는지 원문 자료와 특허로 확인했습니다.

금주의 핫 이슈

이 칼럼은 한 주간(월요일일요일) 쏟아진 디스플레이 업계 기사를 취합해, 그중 가장 뜨거웠던 이슈 하나를 조금 더 깊이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7월 20일26일, 이번 주 핫이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K-디스플레이 2026에서 공개한 차량용 ‘80mm 홀 OLED’였습니다.

지름 5mm에서 80mm.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카메라 구멍에 쓰던 기술을 7년 만에 16배 키웠다. 지름이 아니라 면적으로 계산하면 256배다. 그런데 이 확장의 진짜 이유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자동차 안전 규정에 있었다.

사라졌던 버튼, 법이 다시 불러왔다

지난 몇 년간 자동차 실내는 물리버튼을 걷어내고 큼직한 터치스크린 하나로 통일되는 게 유행이었다. 그런데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 Euro NCAP는 2026년 1월부터 방향지시등, 비상등, 경적, 와이퍼, SOS 버튼 이 다섯 가지 기능을 물리버튼으로 남겨두지 않은 차량에는 최고 등급(5-Star)을 주지 않기로 했다. 근거는 안전이다. Euro NCAP 관계자는 터치스크린 조작이 운전자의 시선을 최대 40초까지 도로에서 빼앗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은 스티어링 휠 스위치를 터치식에서 물리버튼으로 되돌렸고, 현대차도 부분변경 아이오닉5에 물리버튼을 늘렸다.

문제는 자동차 회사들이 지난 몇 년간 “버튼 없는 매끈한 화면”을 프리미엄의 상징으로 팔아왔다는 점이다. 규정 때문에 물리버튼을 다시 붙이면 그 매끈한 디자인을 포기해야 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K-디스플레이 2026(7월 22~24일)에서 꺼낸 답은 이 둘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쪽이었다. 화면 자체에 지름 80mm짜리 구멍을 뚫고, 그 안에 기어 변속 다이얼과 에어컨 송풍구를 물리적으로 박아 넣은 센터페시아 시제품이다. 화면은 여전히 하나로 이어져 보이지만, 그 안에 진짜 손으로 돌리는 다이얼이 들어 있다.

5mm에서 80mm까지

이 기술의 이름은 HIAA(Hole in Active Area). 삼성디스플레이가 2019년 스마트폰 화면에 지름 5mm짜리 카메라 구멍을 처음 상용화하며 시작됐다. 이후 500건 넘는 관련 특허를 쌓아왔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번에 K-디스플레이에서 공개한 건 지름 80mm, 최대 100mm까지 뚫을 수 있는 수준이다.

숫자로 보면 이 확장이 왜 대단한 일인지 감이 잘 안 온다. 지름만 보면 16배지만, 실제로 화면에서 “구멍 뚫린 부위의 가장자리 길이”는 지름에 비례해서 늘어나고, 그 가장자리 전체가 수분·불순물이 침투할 수 있는 취약 지점이다. 카메라 구멍 하나짜리 5mm 원의 둘레와, 기어 다이얼이 통째로 들어가는 80mm 원의 둘레는 관리해야 할 취약 구간의 길이 자체가 16배 늘어난다는 뜻이다. 면적으로 계산하면 차이는 더 크다. 원의 면적은 지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80mm 홀이 실제로 화면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5mm 홀의 256배다. 게다가 그만큼 큰 구멍 주위로 화소를 구동하는 회로를 새로 우회시켜야 한다. 카메라 구멍 하나 뚫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엔지니어링 문제다.

구멍을 뚫을 것인가, 얹을 것인가 — 삼성디스플레이 HIAA 특허(US11,889,720)의 실제 구멍 단면과 파나소닉·마이크로칩 KoD 특허(US9,836,142)의 무구멍 단면을 나란히 배치한 비교 도면 왼쪽은 삼성디스플레이 특허 속 실제 구멍 단면, 오른쪽은 파나소닉·마이크로칩 특허 속 무구멍 단면이다. 두 이미지 모두 각 특허의 공식 도면 원본이며, DESK가 나란히 편집해 배치했다. 출처는 위 근거 목록 참조.

구멍을 뚫고도 안 죽는 법

이 문제를 실제로 어떻게 푸는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특허에 나와 있다. 2021년 8월 출원해 2024년 1월 등록받은 미국특허 US11,889,720(“Display apparatus including a groove…”)은 구멍 가장자리를 따라 홈(groove)을 파는 구조를 설명한다. 기판층에 첫 번째 홈, 그 위 무기절연층에 두 번째 홈을 겹쳐 파서 언더컷(undercut) 형태를 만드는 방식이다.

US11,889,720 특허 도면(FIG. 10) — 홀 가장자리를 따라 새겨진 이중 홈 구조 단면도, 유기물층을 물리적으로 끊어 수분 침투 경로를 차단한다 구멍 가장자리의 계단식 홈이 유기발광층을 중간에서 끊어놓는다. 수분이 침투하려면 이 끊어진 구간을 넘어야 하는데, 무기막이 그 위를 다시 덮어 막는다. 출처: US11,889,720, USPTO 공개자료.

이 홈이 하는 일은 두 가지다. 첫째, 유기발광층 등 수분에 약한 유기 재료층을 이 홈 지점에서 물리적으로 끊어놓아, 구멍 가장자리로 침투한 수분이 발광층까지 옆으로 타고 들어가는 경로를 막는다. 둘째, 구멍을 뚫는 절단 공정에서 무기절연층에 가해지는 균열이 옆으로 번지는 것도 이 언더컷 구조가 막아준다. 구멍이 커질수록 이 가장자리 관리가 통째로 어려워지는데, 이 특허가 그 관리 방법 자체를 표준화해뒀다는 뜻이다.

구멍을 안 뚫는 길도 있다

그런데 같은 문제를 정반대 방식으로 푸는 회사도 있다. 파나소닉과 마이크로칩이 함께 만든 KoD(Knob-on-Display) 기술이다. 이쪽은 패널에 구멍을 아예 뚫지 않는다. 대신 밑면에 전도성 패드가 달린 노브(다이얼)를 일반 정전용량 터치스크린 표면 위에 그냥 얹는다. 노브를 돌리면 그 밑면의 전도성 패드 위치가 바뀌고, 화면이 원래 갖고 있던 터치센서가 이 패드의 위치 변화를 그대로 감지해 회전량으로 읽어낸다. 화면 쪽은 아무것도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두 기술의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삼성디스플레이 HIAA는 파나소닉의 원천특허(2016년 출원, US9,836,142 “Capacitive Rotary Encoder”)와 같은 문제를 패널 제조사 입장에서 풀었다 — 패널을 다시 설계해서 진짜 구멍을 낸다. 파나소닉·마이크로칩의 KoD는 부품 제조사 입장에서 풀었다 — 패널은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얹는 액세서리와 그걸 인식하는 컨트롤러 칩만 새로 만든다. 마이크로칩은 2022년부터 이 기술을 표준 터치 패턴에서도 동작하는 MPMK 버전으로 발전시켜 샘플을 공급 중이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표로 정리하면 뚜렷해진다.

삼성디스플레이 HIAA파나소닉·마이크로칩 KoD
방식패널에 실제 구멍을 뚫음패널은 그대로, 노브만 얹음
필요 기술OLED 패널 재설계(홈·봉지 구조)기존 정전용량 터치센서 그대로 활용
상용화 단계시제품 (K-디스플레이 2026 최초 공개)샘플 공급 중 (MPMK, 2022년~)
확장성삼성디스플레이 패널에 종속정전용량 터치스크린이면 대부분 적용 가능
강점화면과 부품이 물리적으로 완전히 하나원가·리드타임이 짧고 기존 양산 라인에 바로 적용

아직 안 끝난 이야기

다만 지금 단계에서 분명히 해둘 게 있다. HIAA는 아직 시제품이다. K-디스플레이에 전시된 센터페시아는 콘셉트 제품이고, 확정된 완성차 고객사는 아직 없다. 화면 안에 물리 부품을 박아 넣는 조립 방식이 양산 라인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재현되는지, 원가는 기존 방식 대비 얼마나 높아지는지도 이번 공개 자료에는 나오지 않았다. 반면 KoD는 이미 몇 년째 샘플이 나와 있는데도, 이 기사가 확인한 자료 범위에서는 이걸 채택한 양산차 사례를 찾지 못했다 — 두 기술 다 아직 실제 양산차에 들어간 사례가 없다는 점은 같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같은 전시에서 평소엔 화면이 숨어 있다가 필요할 때 최대 15.5형까지 세로로 확장되는 슬라이더블 OLED도 함께 선보였는데, 이 역시 같은 센터인포메이션디스플레이(CID) 콘셉트의 일부다 — 화면 하나로 여러 기능을 담아내려는 방향성은 뚜렷하지만, 어느 조합이 실제 양산차에 들어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전망

이 승부는 결국 “얼마나 완벽하게 하나로 보이느냐”와 “얼마나 싸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느냐”의 대결이다. HIAA는 화면과 다이얼이 정말로 물리적 경계 없이 하나로 이어져, 노브 자리에도 화면이 흘러 지나가는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다. 대신 패널 제조사(삼성디스플레이)와의 협업, 그리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양산 신뢰성이 걸림돌이다. KoD는 노브가 화면 위에 얹힌 별도 부품이라는 게 눈에 보이지만, 기존 터치스크린 생산라인과 공급망을 그대로 쓸 수 있어 진입장벽이 훨씬 낮다.

원가와 리드타임이 걸린 싸움에서는 대체로 “기존 인프라를 그대로 쓰는 쪽”이 이긴다. Euro NCAP 규정 시행이 2026년 1월로 못박혀 있어 완성차 업체들에게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도 KoD처럼 즉시 적용 가능한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HIAA가 진짜 강점을 발휘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 노브뿐 아니라 에어컨 송풍구처럼 부피가 있는 부품까지 화면 안에 통합하려는 시도는 KoD의 사정권 밖이다. 두 기술은 같은 문제(터치스크린과 물리조작의 공존)를 풀지만 노리는 부품의 크기와 복잡도가 다르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볼 지점은 이거다 — 완성차 업체가 “작고 흔한 조작부(다이얼)“에는 KoD를, “크고 특수한 조작부(변속 다이얼·송풍구)“에는 HIAA를 나눠 쓰는 분업 구도로 가는지, 아니면 둘 중 하나가 다른 쪽 영역까지 잠식하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