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2026.08.13 · 읽는 시간 9분

갤럭시 Z폴드8, 두께 3분의 1에 강성 20배인 금속으로 돌아가다

폴더블 백플레이트는 원래 금속이었습니다. S펜이 들어오면서 4년간 CFRP(복합소재)로 밀려났다가, S펜을 포기한 지금 세대에 티타늄으로 돌아왔습니다. Z폴드8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필름까지 금속으로 바꿨습니다. 8세대에 걸친 소재 변천사를 원문 자료로 대조해 정리했습니다.

금주의 핫 이슈

이 칼럼은 한 주간(월요일일요일) 쏟아진 디스플레이 업계 기사를 취합해, 그중 가장 뜨거웠던 이슈 하나를 조금 더 깊이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8월 3일9일, 이번 주 핫이슈는 갤럭시 Z폴드8의 ‘플렉스 티타늄’이었습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3분의 1. 삼성디스플레이가 갤럭시 Z폴드8에 새로 넣은 티타늄 필름의 두께다. 이 필름은 수십만 번을 접었다 펴야 한다.

이 소재 전환을 “플라스틱을 버리고 금속을 택했다”고 쓰면 틀린 문장이 된다. 폴더블 백플레이트는 애초에 금속이었다. 2019년 1세대 갤럭시 폴드부터 스테인리스(SUS) 금속판을 써왔고, 접히는 부위에는 홈을 파는 식각 가공까지 들어갔다. 정작 이 자리에서 금속이 밀려난 적이 있었다. 2021년, S펜이 들어오면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 밀려났던 금속이 4년 만에, 그것도 더 강해져서 돌아온 것에 가깝다.

S펜이 밀어낸 금속

갤럭시 Z폴드3(2021)부터 삼성은 폴더블에 S펜을 넣기로 했다. 문제는 S펜의 필기 위치를 인식하는 디지타이저(연성회로기판)가 금속과 상성이 나쁘다는 점이었다. 백플레이트로 쓰던 스테인리스가 디지타이저와 전자기 간섭을 일으켰다. 결국 삼성은 백플레이트 소재를 통째로 바꿨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CFRP다. 금속보다 강성은 떨어지지만 디지타이저와 부딪히지 않는 소재였다.

이 교환은 2021년 폴드3부터 2024년 폴드6까지 4개 세대, 4년 동안 이어졌다. 폴더블의 핵심 셀링포인트 중 하나였던 S펜을 지키기 위해, 삼성은 4년 내내 백플레이트의 강성을 한 단계 양보하고 있었던 셈이다.

S펜을 접자 금속이 돌아왔다

전환점은 2025년 갤럭시 Z폴드7이다. 삼성은 이 모델에서 S펜 디지타이저를 뺐다. 얇기를 위한 희생이라고 스스로 인정한 결정이었다. 디지타이저 층을 폴딩 패널 양쪽에서 걷어내면 접었을 때 두께가 0.6mm 줄어든다. 그런데 이 결정에는 부수 효과가 있었다. 디지타이저가 없으니 백플레이트를 다시 금속으로 되돌려도 간섭 문제가 사라진 것이다. 폴드7부터 백플레이트가 티타늄으로 돌아온 배경이다. 갤럭시 Z폴드8도 S펜 미지원을 유지하며 이 노선을 이어간다.

폴드8에서 새로 달라진 지점은 여기서부터다. 폴드7까지는 백플레이트, 그러니까 지지판만 티타늄이었다. 폴드8은 필름층까지 티타늄 합금으로 바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필름과 지지판을 결합한 이중 구조에 ‘플렉스 티타늄(Flex Titanium)‘이라는 이름을 붙여, 언팩 행사보다 일주일 앞선 7월 15일 따로 공개했다.

필름까지 금속으로 바꾼 값

티타늄은 원래 얇고 유연하게 접으라고 만든 금속이 아니다. 강성이 높다는 건 잘 휘어지지 않는다는 뜻이고, 이는 접히는 필름에는 불리한 성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초정밀 압연 공정으로 이 필름을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약 3분의 1까지 얇게 폈다. 그 결과로 확보한 강성은 기존 폴리머(플라스틱) 필름 대비 약 20배다. 같은 두께라면 티타늄이 애초에 훨씬 강한 소재이므로, 얇게 편 뒤에도 강성 우위가 남는다는 계산이다.

접히는 부위에는 레이저로 미세한 구멍을 뚫는 가공이 함께 들어갔다. 구멍을 작고 촘촘하게 낼수록 접착제를 더 촘촘히 채울 수 있고, 접힐 때 발생하는 충격이 한 곳에 몰리지 않고 분산된다. 지지판과 필름이 강성을, 미세 홀 가공이 유연성과 충격 분산을 나눠 맡는 구조다.

이 가공 방식은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실제 등록된 특허로 뒷받침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22년 10월 출원해 2023년 11월 등록받은 미국특허 US11,812,566(“Metal plate and display device including the same”)은 금속판에서 접히는 축과 겹치는 자리에 “다수의 개구부로 이뤄진 패턴부”를 넣어, 굽힘으로 발생하는 인장·압축 응력을 이 패턴부에 집중시키고 나머지 판은 그대로 두는 구조를 명시하고 있다. 개구부가 촘촘한 자리는 갑옷의 사슬 그물(체인메일)처럼 휘어지고, 개구부가 없는 자리는 딱딱한 판으로 남는 구조인 셈이다. 이 특허의 출원일은 폴드8 출시보다 3년 넘게 앞선다. 지금 눈에 보이는 ‘플렉스 티타늄’은 갑자기 나온 마케팅 네이밍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특허로 쌓아온 설계를 이번 세대에 필름 층까지 확장 적용한 결과에 가깝다.

US11,812,566 특허 도면(FIG. 6) — 폴더블 플레이트 위에 대각선으로 그어진 빗금 무늬 띠(부호 230)가 접히는 축과 겹치는 패턴부다 휴대폰 모양 플레이트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빗금 띠가 삼성디스플레이가 2022년 출원한 특허 도면 속 ‘패턴부(230)‘다. 이 자리에만 촘촘하게 구멍을 뚫어 굽힘 응력을 몰아준다. 출처: US11,812,566, USPTO 공개자료.

이 변화들이 겹치며 전체 두께는 전 세대 대비 12% 얇아졌고, 해상도는 커버·메인 화면 모두 422PPI로 통일돼 약 15% 개선됐다(기존 커버 화면 368PPI). 소비전력은 약 10% 줄었다. 다만 폴드8 자체의 폴딩 내구성 테스트 수치는 이번 자료에 없다. 50만 회 통과는 티타늄 지지판만 쓰던 폴드7의 기록이고, 필름까지 금속으로 바뀐 폴드8이 이 기록을 넘어섰는지는 아직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다.

티타늄의 대가

이 소재 전환이 공짜는 아니다. 디일렉(THE ELEC)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애초에 폴드8의 백플레이트를 티타늄과 CFRP 투 트랙으로 검토했다. 이유는 공급망이다. 티타늄 원료 조달이 중국 의존도가 높아, 미중 무역 갈등 국면에서 공급 불안정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가공 난도도 스테인리스보다 높다. 삼성이 최종적으로 티타늄, 그것도 필름까지 확장한 ‘플렉스 티타늄’ 쪽에 무게를 싣기로 한 건 이 공급망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소재가 주는 이득, 즉 강성·두께·크리스 개선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같은 이유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다음 대안도 준비하고 있다. 디일렉이 2024년 11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여러 부품 협력사와 함께 백플레이트 소재를 유리로 바꾸는 과제에 착수했다. 명분은 가벼운 무게와 낮은 원가에 더해, 역시 소재 수급 안정성이다. 티타늄 원료의 중국 의존을 낮추려는 움직임과 같은 방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양산 적용은 내년(2025년)에는 어렵고 2026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신뢰성 검증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부품업체 일진디스플레이도 2025년 SEDEX 전시회에서 별도로 폴더블 유리 백플레이트 개발 사실을 공개해, 이 흐름이 삼성 혼자만의 검토가 아니라는 게 확인된다.

백플레이트는 두 번 바뀌었다 — 갤럭시 폴드1부터 폴드8까지 8세대에 걸친 힌지 소재 변천사와 S펜 지원 여부를 한 화면에 정리한 타임라인 그래프는 디일렉·베타뉴스·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등 여러 소스에 흩어진 세대별 소재·S펜 지원 정보를 DESK가 직접 종합해 제작했습니다. 출처는 위 근거 목록 참조.

전망

티타늄의 복귀는 우연이 아니라 S펜을 내준 대가로 얻은 자리다. 그렇다면 이 자리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두 가지에 달렸다. 하나는 공급망이다. 삼성이 이미 CFRP를 병행 검토했다는 사실 자체가, 티타늄 조달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뒀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S펜이다. 베타뉴스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S펜을 완전히 포기한 게 아니라, 애플 펜슬 방식인 AES(능동정전기) 입력 기술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 문제를 일으킨 EMR 디지타이저와 달리 AES는 별도 내장 디지타이저 층이 필요 없는 방식이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AES로 갈아탄다면 S펜이 돌아와도 금속과 부딪힐 이유가 사라진다. 그렇다면 4년 전과 같은 이유로 티타늄이 다시 밀려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필름층까지 금속으로 확장한 ‘플렉스 티타늄’은 지지판만 바꾸는 것보다 훨씬 큰 투자이고, 그만큼 삼성이 이 소재에 걸고 있는 기간도 최소 2~3세대 이상으로 봐야 한다. 폴드9에서도 백플레이트가 티타늄일 가능성이 CFRP로 돌아갈 가능성보다 높다고 본다.

다만 이 흐름을 꺾을 진짜 변수는 따로 있다. S펜 복귀가 아니라 유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준비 중인 유리 백플레이트는 “2026년 이후 양산 가능”이라는 시점 자체가 폴드9(2027년 예상)와 맞아떨어진다. 티타늄이 공급망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지켜낸 자리를, 그 리스크를 아예 없애주는 유리가 다음 세대에 넘겨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기사가 남기는 관찰 포인트는 하나다. 폴드9의 백플레이트 소재가 티타늄으로 유지되는지, 유리로 넘어가는지 — 그 결과가 지금 이 시점에서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장 확실한 다음 확인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