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처리기술 AF(Anti-Fingerprint)
AF 코팅은 지문이 묻는 것을 막지 않습니다. 퍼지지 못하게 할 뿐입니다. 같은 회사 두 제품의 물 접촉각은 116도와 109도로 거의 같은데 스틸울 내마모는 24,000회와 6,000회로 네 배 갈립니다. 소재 구조와 성막 방식, 측정 규격, 그리고 마모가 실제로 일어나는 자리를 제조사 기술자료 원문으로 짚었습니다.
화면을 켜지 않은 채 폰을 비스듬히 들면 지문이 보인다. 그런데 옷깃에 몇 번 문지르면 대체로 깨끗해진다. 유리컵에 묻은 기름때가 마른행주로는 잘 지워지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이상한 일이다. 같은 손가락에서 나온 같은 기름인데 결과가 다르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커버윈도우 맨 위에 얹힌 10나노미터 남짓의 층이다. 업계는 이것을 AF, Anti-Fingerprint 코팅이라고 부른다. 이름은 지문을 막는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이 층이 실제로 하는 일은 그것이 아니다.
이번 편은 이 층 하나를 소재부터 규격까지 훑는다. 무엇으로 만들고, 어떻게 올리고, 무엇으로 재고, 왜 닳는지까지다. 그 과정에서 실무에 곧장 걸리는 결론 하나가 나온다. 접촉각으로 AF 코팅을 고를 수 없다. 왜 그런지가 이 글의 뼈대다.
1. 손끝에서 나오는 것
손가락이 유리에 닿을 때 옮겨 붙는 것은 두 갈래다. 하나는 에크린 땀샘에서 나온 땀이고 다른 하나는 피지샘에서 나온 기름이다.
에크린 분비물은 대부분이 물이다. 문헌이 정리하는 조성은 물 98.5~99.5퍼센트, 고형분 0.5~1.5퍼센트이고, 고형분에는 염류와 아미노산, 요소 같은 것이 섞여 있다. 물은 마르면 날아가고 소금기만 얇게 남는다. 그래서 지문의 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물 쪽이 아니다.
남는 것은 기름이다. 피지는 지방산과 왁스 에스테르, 스쿠알렌 같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고 표면장력이 낮다. 탄화수소계 오일의 표면장력은 대체로 제곱미터당 20~31밀리뉴턴 범위에 들어간다. 비교하자면 물은 같은 조건에서 72.8이다. 시험에 자주 쓰이는 n-헥사데칸이 27.5로, 피지를 흉내 내기에 적당한 자리에 있다.
반대편의 유리는 표면에너지가 높다. 깨끗하게 세정된 유리는 물조차 거의 눕혀 버릴 만큼 잘 젖는다. 낮은 표면장력의 액체와 높은 표면에너지의 고체가 만나면 결과는 정해져 있다. 액체가 퍼진다. 손가락이 닿은 자리에 방울로 남는 것이 아니라 얇은 막이 되어 옆으로 번진다.
여기서 두 번째 질문이 생긴다. 퍼진 기름막은 왜 눈에 보이는가. 기름 자체는 무색투명하다.
보이는 이유는 그 막이 유리와 다른 굴절률을 갖고 있고 두께가 고르지 않기 때문이다. 빛이 공기와 기름막, 기름막과 유리라는 두 계면을 지나면서 반사가 생기고, 막 두께가 자리마다 다르니 그 정도도 자리마다 달라진다. 균일하지 않은 광택으로 보이는 것이 그 결과다. 지문 가시성을 다루는 문헌이 잔류물과 표면 사이의 광택 차이와 굴절률 차이를 줄이는 것도 대응 방법으로 함께 꼽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리하면 지문 문제는 묻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퍼진 면적의 문제다. 같은 양이 묻어도 방울로 뭉쳐 있으면 몇 개의 점이지만, 퍼져서 막이 되면 화면 한쪽이 통째로 흐려진다. 그리고 이 구분이 AF 코팅의 정체를 그대로 설명한다.
2. AF 코팅이 실제로 하는 일
이 층은 기름이 묻는 것을 막지 못한다. 손가락이 닿으면 기름은 그대로 옮겨 붙는다. 달라지는 것은 옮겨 붙은 기름이 어떤 모양으로 앉느냐다.
방법은 고체 쪽 표면에너지를 낮추는 것이다. 표면에너지가 낮아지면 액체 입장에서 그 면은 퍼져 봐야 이득이 없는 면이 된다. 그래서 액체는 접촉 면적을 줄이는 쪽으로, 즉 방울로 뭉치는 쪽으로 자리를 잡는다.
얼마나 낮춰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선이 있다. 지스먼(Zisman)이 정리한 임계표면장력은 그 값보다 표면장력이 낮은 액체는 그 고체를 완전히 적신다는 경계다. 표면에 노출된 작용기별 값이 잘 알려져 있다.
| 표면에 드러난 작용기 | 임계표면장력 (mN/m) |
|---|---|
| CF3 | 6 |
| CF2 | 17 |
| CH3 | 22~24 |
| CH2 | 31 |
이 값들이 그림 1의 아래쪽 절반이다. 위쪽에 놓인 기름과 나란히 보면 왜 불소여야 하는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상대해야 할 기름은 20~31이다. 표면이 탄화수소 사슬로 덮여 있으면 CH3라도 22~24이니 기름의 표면장력 범위와 겹친다. 기름 종류에 따라 그냥 적셔 버린다는 뜻이다. 반면 불소 사슬 끝의 CF3는 6이다. 상대와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물을 튕기는 일과 기름을 튕기는 일이 난이도가 다른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물은 72.8이라 웬만한 저에너지 표면이면 방울이 된다. 발수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러나 기름은 물의 절반도 안 되는 표면장력을 갖고 있어서, 발유까지 가려면 표면이 CF3로 촘촘히 덮여 있어야 한다. 발수는 되는데 발유가 안 되는 표면은 흔하지만 그 반대는 드물다.
제조사 기술자료가 그 결과를 숫자로 보여준다. 다이킨의 AF 소재 Optool을 화학강화유리에 올렸을 때, 맨유리와의 비교는 이렇다.
| 항목 | 맨유리 | Optool 처리 |
|---|---|---|
| 물 접촉각 | 10도 미만 | 109도 |
| n-헥사데칸 접촉각 | 10도 미만 | 65도 |
| 운동마찰계수 | 0.15 | 0.08 |
맨유리에서 물과 기름이 모두 10도 미만이라는 것은 사실상 눕는다는 뜻이다. 처리 후에는 물이 109도로 방울이 되고, 헥사데칸도 65도까지 선다. 실무에서 먼저 보는 값은 물이 아니라 헥사데칸 쪽이다. 지문의 문제는 물이 아니라 기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접촉각만으로는 절반이다. 방울이 서는 것과 방울이 굴러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같은 자료에 함께 실린 값이 미끄럼각인데, UD509 기준으로 물과 n-헥사데칸 모두 6도다. 판을 6도만 기울여도 방울이 흘러내린다.
닦으면 지워진다는 감각의 정체가 이것이다. 기름이 면에 넓게 붙어 있으면 물리적으로 밀어 없애야 하지만, 방울로 뭉쳐 있고 굴러가기까지 하면 옷깃 한 번에 쓸려 나간다. AF 코팅이 파는 것은 묻지 않음이 아니라 잘 지워짐이다.
3. 소재: 머리와 꼬리로 이루어진 분자
이 성질을 만드는 소재는 대부분 PFPE 실란 계열이다. PFPE는 퍼플루오로폴리에테르 (perfluoropolyether)의 약자로, 탄소 사슬의 수소가 전부 불소로 치환된 고분자에 산소가 규칙적으로 끼어든 구조다. 다이킨은 자사 제품을 불소용제에 녹인 변성 PFPE로 표기한다.
분자를 기능으로 나누면 두 부분이다.
꼬리는 불소 사슬이다. 불소는 전기음성도가 크고 분극률이 작아 이웃 분자를 끌어당기는 분산력이 약하다. 이 사슬이 바깥을 향해 늘어서면 앞 절에서 본 CF3 표면, 임계표면장력 6mN/m대의 면이 만들어진다. 사슬 중간에 산소가 끼어 있는 것은 유연성을 주기 위한 것으로, 사슬이 잘 휘어야 표면에서 고르게 눕고 서면서 빈틈 없는 층을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슬의 존재만이 아니라 방향이다. 불소 사슬이 표면에 누워 있으면 바깥으로 드러나는 것은 CF2 쪽이 되어 임계표면장력이 17로 올라간다. 끝단의 CF3가 바깥을 향해 촘촘히 서 있어야 6에 가까운 면이 된다. 같은 소재라도 성막과 경화가 어긋나면 성능이 갈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머리는 실란기다. 이쪽이 유리 표면과 결합한다. 유리 표면에는 실란올기가 있고, 실란기가 가수분해를 거친 뒤 이들과 축합하면서 산소를 매개로 한 결합이 생긴다. 꼬리만 있으면 표면에 얹혀 있다가 닦여 나갈 뿐이고, 머리가 있어야 붙어 있는다. 4절에서 볼 경화 조건에 습도가 들어가는 것이 이 반응 때문이다.
두께는 얇다. 제조사 자료는 10~15나노미터 수준으로 적고, 그 정도 두께에서는 유리의 광학 특성을 왜곡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실제로 가시광 영역 투과 스펙트럼이 맨유리와 거의 겹치고 파장에 따른 기복도 크지 않다. AR 코팅처럼 반사를 설계하는 층이 아니라 광학적으로는 없는 셈 치는 층이다. 다음 편들에서 다룰 AG와 AR이 광학을 목적으로 하는 층인 것과 대비된다.
공급 형태도 자료에 적혀 있다. 용제에 폴리머가 20퍼센트 녹아 있는 액체이고, 밀도는 세제곱 센티미터당 1.43그램, 겉보기는 옅은 노란빛 또는 투명한 액체다. 미개봉 보관 기간은 1년, 보관 조건은 5~25도이며 직사광을 피한다.
불소를 쓰지 않는 길도 연구되어 왔다. 오르가노실록산 자기조립 단분자층으로 AF 특성을 얻으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다만 위 임계표면장력 표가 보여주듯 탄화수소계 표면은 CH3라도 22~24이고, 기름의 범위와 겹친다. 발수까지는 되어도 발유에서 불소계와 같은 자리에 놓기 어렵다는 것이 구조적인 이유다. 이 대목은 8절에서 다시 본다.
4. 어떻게 올리는가
같은 소재를 올리는 길이 둘로 갈린다. 제조사 자료는 양쪽을 모두 지원한다고 적는다.
습식
용액을 만들어 바르는 방식이다. 스프레이, 딥, 스핀, 플로우 코팅이 모두 쓰인다. 자료가 적은 절차는 이렇다.
먼저 기재를 세정한다. 플라즈마, UV와 오존, 화학 세정이 일반적으로 효과적이라고 명시한다. 이 단계가 형식적인 것이 아닌 이유는 3절에서 본 결합 구조 때문이다. 머리가 붙을 실란올기가 유기물로 덮여 있으면 결합이 생기지 않고, 결합하지 못한 분자는 초기 접촉각에는 기여해도 문지르면 바로 없어진다.
다음은 희석이다. 하이드로플루오로에테르나 퍼플루오로헥산 같은 불소계 용제로 묽히는데, 자료가 제시하는 출발점은 폴리머 기준 0.1중량퍼센트, 즉 200배 희석이다. 20퍼센트 원액을 200배 묽혀 쓴다는 뜻이다. 분무량은 제곱미터당 30~60그램이 전형값으로 적혀 있다.
농도를 이렇게까지 낮추는 이유는 목표가 단분자층에 가깝기 때문이다. 두껍게 올린다고 성능이 좋아지지 않는다. 표면에 결합할 수 있는 자리의 수는 정해져 있고, 그 위에 쌓인 것은 결합 없이 얹혀 있는 층이 되어 오히려 초기 마모를 만든다.
건식(PVD)
진공 증착이다. 소재를 펠릿 형태로 만들어 PVD 장비 안에서 가열해 기화시킨다. 여기서 자료가 조건 하나를 덧붙이는데, 이 문장이 7절과 곧장 이어진다.
최적의 결과를 위해서는 Optool을 올리기 전에 기재 위에 SiO2 접착층을 먼저 증착해야 한다.
AF 소재는 유리 표면의 실란올기와 결합하는데, 기재가 유리가 아니거나 표면 상태가 고르지 않으면 붙을 자리 자체가 부족하다. SiO2 층을 먼저 깔면 그 위에 균일한 결합 자리가 생긴다. 실제 커버윈도우에서 AF는 맨유리 위가 아니라 AR 같은 광학 다층막 위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고, 그런 구조에서 최상층을 무엇으로 마감하느냐가 AF의 수명을 좌우한다. 광학막과 스크래치 저항막 위에 AF를 올리는 구성을 다룬 특허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화
두 방식 모두 경화를 거친다. 자료는 조건을 두 가지로 제시한다.
| 조건 | 온도 | 습도 | 시간 |
|---|---|---|---|
| 저온 고습 | 60도 | 상대습도 90퍼센트 | 1시간 |
| 고온 상습 | 150도 | 대기 습도 | 30분 |
그리고 경화는 기재와 화학결합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못 박는다. 여기서 습도가 조건에 들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실란이 표면과 결합하려면 먼저 가수분해가 일어나야 하고, 그 반응에는 물이 필요하다. 저온을 쓰면 습도로 벌충하고 온도를 올리면 대기 중 습도로도 진행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경화를 온도만의 문제로 관리하면 계절에 따라 결과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경화 후 남은 미결합분은 불소계 용제로 닦아내거나 씻어낸다. 결합하지 않은 분자가 표면에 얹혀 있으면 그것이 먼저 닦여 나가면서 초기 성능이 들쭉날쭉해지기 때문이다.
공정 제약도 함께 적혀 있다. 이 소재는 200도 이상에서 지속적으로 가열되면 분해되어 유해하다. AF를 올린 뒤에 오는 공정의 온도 상한이 여기서 걸린다. 조립 공정의 열처리나 접합 공정을 설계할 때 이 선을 넘기면 성능만 잃는 것이 아니라 안전 문제가 된다.
어느 쪽을 택하는가
두 방식은 성능이 아니라 생산 조건에서 갈린다.
습식, 특히 스프레이는 원가 쪽에서 유리하다. 단분자층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소재량 자체가 적고, 용액이 밀폐 용기에 담긴 채 분사되므로 증발로 잃는 양도 적다. 딥코팅과 비교하면 소요 용액량이 작고 용매를 날리는 데 드는 에너지도 줄어든다. 표면이 고르지 않거나 거친 기재에도 비교적 균일한 막을 얹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거론된다.
진공 증착은 다른 자리에서 강하다. 광학 부품처럼 정밀한 두께 제어가 필요한 대상에 오래 쓰여 온 방식이고, 앞서 본 것처럼 SiO2 접착층을 같은 흐름에서 먼저 올릴 수 있다. AR 다층막을 진공에서 쌓는 공정이라면 그 위에 AF까지 이어 붙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대신 두 가지 부담이 붙는다. 하나는 곡면이다. 기재가 휘어 있으면 증착률이 자리마다 달라지므로, 증착이 빠른 영역을 가려서 느린 영역에 맞추는 마스킹이 필요해진다. 마스킹은 챔버 툴링을 복잡하게 만들고 전체 증착률을 떨어뜨린다. 커버윈도우가 평면에서 2.5D, 3D 곡면으로 넘어가면서 이 부담이 커진 영역이다.
다른 하나는 대면적이다. 면적이 커질수록 요구되는 진공도와 펌프다운 시간이 늘어난다. 폰 커버글라스 수준을 넘어 차량용 대형 커버나 노트북 패널로 가면 이 제약이 먼저 걸린다.
취급과 보관
소재 자체가 수분에 민감하다는 점도 자료에 드러나 있다. 보관 조건으로 5~25도, 직사광 회피가 적혀 있고, 사용 후에는 뚜껑을 닫아 증발과 수분 노출을 막고, 다시 밀봉하기 전에 병 안의 공기를 최소화하거나 질소나 아르곤 같은 건조 불활성 기체로 치환하라고 되어 있다.
이 지시가 나오는 이유는 3절에서 본 결합 화학 때문이다. 실란기는 물과 만나면 가수분해된다. 그 반응은 표면에서 일어나야 의미가 있는데, 병 안에서 미리 일어나면 분자들끼리 축합해 버린다. 미개봉 기준 보관 기간이 1년으로 적혀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화 조건에서는 습도를 넣어 주고 보관 조건에서는 습도를 빼는 것이 이 소재를 다루는 기본이다.
5. 무엇으로 재는가
이 층의 규격은 광학이 아니라 표면 물성과 촉감으로 이루어져 있다.
접촉각과 히스테리시스
접촉각은 물과 n-헥사데칸 두 가지로 잰다. 그런데 실무에서 접촉각은 하나의 값이 아니다. 액적을 키우면서 재는 전진각과 줄이면서 재는 후퇴각이 다르고, 그 차이를 접촉각 히스테리시스라고 부른다.
히스테리시스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측정 장비 쪽 자료들이 정리하는 내용이 두 가지 있다. 첫째, 히스테리시스가 수십 도 단위로 크면 코팅에 화학적 불균일이나 거칠기 관련 불균일이 있다는 신호다. 둘째, 닦임 성능이 히스테리시스와 상관을 보이며, 히스테리시스가 작을수록 잘 닦인다.
그리고 이 층에서 가장 실질적인 대목이 하나 더 있다. AF 코팅이 열화될 때 정적 접촉각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데 히스테리시스가 먼저 커지는 현상이 보고된다. 정적 접촉각만 보고 있으면 코팅이 이미 나빠지고 있는데도 수치는 멀쩡해 보인다는 뜻이다. 6절과 7절에서 다룰 문제의 전조가 여기서 이미 나온다.
미끄럼각과 마찰계수
미끄럼각은 방울이 굴러 내리기 시작하는 기울기다. 접촉각이 정적인 값이라면 이쪽은 동적인 값이고, 실제 사용에서 닦임과 직결된다.
운동마찰계수는 손가락이 미끄러지는 감촉에 해당한다. 제조사 자료가 밝힌 측정 조건은 구체적이다. Labthink FPT-1 장비, 하중 200그램, 속도 분당 200밀리미터, 마찰패드는 종이다. 같은 자료가 마찰 곡선을 나란히 실으면서 지적하는 것은 값의 크기만이 아니다. 맨유리에서는 곡선이 톱니처럼 흔들리는데 코팅면에서는 매끄럽다. 미끄러지다 걸리기를 반복하는 스틱슬립이 줄어든다는 뜻이고, 손가락이 화면 위를 지날 때 느끼는 매끈함이 이것이다.
여기서 짚어 둘 것이 있다. 손가락 감촉이 스펙 항목으로 관리된다. 감성 품질이라는 말로 뭉뚱그려지기 쉬운 영역이 이 층에서는 마찰계수라는 수치로 내려와 있다. 뒤에서 보겠지만 같은 계열 소재끼리도 이 값이 두 배 넘게 갈린다.
지문 자체를 재현하는 방법
접촉각과 마찰계수는 대체 액체로 재는 값이다. 최종 성능인 “지문이 잘 닦이는가”는 지문 자체로 재야 하는데, 사람 손가락은 재현성이 없다. 그래서 인공 지문을 만든다.
특허와 논문에 기재된 방법은 이렇다. 정해진 조성의 인공 분비물을 만들고, 실리콘 스탬프로 정해진 힘으로 찍어 표면에 옮긴다. 글리세릴 트리올레이트와 인공 피지를 배합해 가열한 용액을 쓰는 방식이 기재되어 있다. 제거성은 정해진 질량의 천으로 정해진 힘과 속도로 닦아 평가한다. 정량이 필요한 경우 분사 장치로 알려진 양의 피지를 올리고 자외가시 분광법과 미소중량법으로 실제 부착량을 검증한다.
여기까지가 이 층의 측정 체계다. 정리하면 세 층위다. 소재의 성질을 재는 접촉각과 히스테리시스, 사용 감각을 재는 미끄럼각과 마찰계수, 그리고 최종 성능을 재는 인공 지문 시험이다. 셋이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것이 다음 절의 이야기다.
6. 얼마나 버티는가, 그리고 그 숫자를 어떻게 읽는가
AF 층의 수명은 마모 시험으로 잰다. 널리 쓰이는 방법은 스틸울로 표면을 문지르며 접촉각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의 왕복 횟수를 세는 것이다.
다이킨 유럽 기술자료가 제시하는 조건은 이렇다.
물 접촉각이 100도 이상을 유지하는 최대 왕복 횟수. 스틸울 #0000, 하중 제곱센티미터당 1킬로그램, 스트로크 6센티미터, 속도 분당 60회.
같은 자료가 자사 두 제품을 나란히 놓는데, 이 표가 이번 편의 핵심이다.
| 항목 | Optool UD509 | Optool DSX |
|---|---|---|
| 물 접촉각 | 116도 | (표에 미기재) |
| 물 미끄럼각 | 6도 | 8도 |
| 스틸울 내마모 | 24,000회 | 6,000회 |
| 운동마찰계수 | 0.03 | 0.07 |
미국법인이 낸 DSX 자료의 물 접촉각은 109도였다. 유럽 자료의 UD509는 116도다. 7도 차이다. 그런데 같은 표에서 내마모 횟수는 24,000회와 6,000회로 네 배 벌어진다. 마찰계수도 0.03과 0.07로 두 배 넘게 차이 난다.
여기서 이 편을 관통하는 결론이 나온다. 접촉각으로 AF 코팅을 고를 수 없다. 초기 접촉각은 이 층이 처음에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를 말할 뿐, 얼마나 오래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실사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후자다. 새 폰에서 지문이 잘 닦이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5절에서 본 히스테리시스가 여기에 겹친다. 정적 접촉각은 열화가 진행돼도 늦게 반응하고, 히스테리시스가 먼저 커진다. 즉 이 층의 상태를 정적 접촉각 하나로 관리하면 제품을 고를 때도 틀리고 열화를 추적할 때도 늦는다.
숫자를 다룰 때의 함정도 같은 자료가 보여준다. 미국법인 DSX 자료에는 스틸울 내마모가 4,000회로 적혀 있고 시험 조건은 함께 적혀 있지 않다. 유럽 자료의 비교표에서는 같은 제품이 6,000회다. 어느 쪽이 틀렸다기보다 조건이 다른 시험의 값으로 보는 것이 맞다. 하중과 스트로크, 속도, 그리고 무엇보다 종료 판정 기준을 접촉각 몇 도로 잡느냐가 달라지면 횟수는 얼마든지 달라진다. 판정선을 100도가 아니라 90도로 내리면 같은 시료의 회수가 크게 늘어난다.
그래서 이 층의 자료를 읽을 때 규칙은 하나다. 조건이 붙지 않은 마모 횟수는 비교에 쓸 수 없다. 두 회사 제품을 나란히 놓고 회수만 견주는 자료를 받았다면 그 표는 근거가 아니라 마케팅이다. 양쪽 조건이 같은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제조사가 스스로 붙인 단서도 그대로 옮겨 둔다. 위 물성값들은 대표값이며 보증값이 아니고, 규격으로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명시되어 있다.
7. 왜 닳는가
수명이 이렇게 갈리는 이유를 알려면 마모가 실제로 어디서 일어나는지 봐야 한다.
직관적인 그림은 코팅이 벗겨진다는 것이다. 얇은 막이 문질러져 조금씩 없어지고 다 없어진 자리부터 지문이 남기 시작한다는 그림이다. 그런데 이 층은 두께가 10나노미터 남짓이고 분자 하나가 유리에 결합해 서 있는 구조에 가깝다. 벗겨진다는 표현이 그대로 들어맞기 어렵다.
이 계열 코팅의 열화를 다룬 연구들이 지목하는 자리는 다른 곳이다. 실란 머리가 유리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불소 사슬 쪽이 끊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PFPE 사슬과 실란기를 잇는 Si-C 결합이 사슬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마모 전후 표면을 XPS로 분석해 규소와 불소의 양을 추적하는 방식이 이런 연구에서 쓰인다.
이 서술이 맞다면 그림이 뒤집힌다. 마모된 표면에는 머리는 남아 있고 꼬리만 잘려 나간 상태가 된다. 표면에 붙어 있는 분자의 수는 크게 줄지 않았는데 바깥을 향한 불소 사슬이 짧아지거나 사라져서, 표면에너지를 낮추는 기능만 없어진다.
3절의 임계표면장력 표를 여기에 대면 왜 열화가 그렇게 진행되는지가 보인다. 온전한 층은 CF3가 바깥을 향해 6mN/m대의 면을 만든다. 사슬이 끊어지면 그 자리에 CF2가 드러나거나 실란 쪽 구조가 노출되면서 실효 표면에너지가 올라간다. 부분적으로 끊긴 표면은 CF3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이 섞인 불균일한 면이 되는데, 5절에서 본 대로 그런 면의 특징이 바로 히스테리시스 증가다. 정적 접촉각은 아직 남아 있는 CF3 영역 덕분에 높게 나오는데 액적이 움직일 때는 걸린다.
앞 절의 수치가 여기서 설명된다. 초기 접촉각은 꼬리가 얼마나 잘 늘어서 있는지를 재는 값이고, 내마모 횟수는 그 꼬리가 얼마나 오래 붙어 있는지를 재는 값이다. 다른 것을 재는 두 값이니 나란히 움직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116도와 109도의 차이는 꼬리의 배열 차이지만, 24,000회와 6,000회의 차이는 사슬 구조와 가교 정도, 그리고 붙어 있는 자리의 밀도에서 온다.
4절에서 본 SiO2 접착층 권고도 같은 줄기다. 결합 자리를 조밀하고 균일하게 만들면 같은 소재라도 오래 간다. 마모 시험에서 알루미나나 실리카 접착층을 넣은 시료가 접촉각을 더 오래 유지했다는 보고들이 이 방향과 어긋나지 않는다. 그리고 3절에서 본 세정 조건과 4절의 경화 조건이 왜 그렇게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지도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이 층의 수명은 소재를 고르는 순간이 아니라 붙이는 공정에서 상당 부분 결정된다.
다만 이 절의 메커니즘 서술은 학술 문헌에 근거한 것이고, 제조사 기술자료처럼 조건과 수치가 명시된 일차 자료로 확인한 것은 아니다. Si-C 결합이 가장 약한 고리라는 서술과 사슬 절단이 주된 경로라는 서술은 연구들이 지목하는 방향으로 읽어야 하고, 특정 제품의 실제 열화 경로를 단정하는 근거로 쓰기는 어렵다.
닳는 길은 문지름 하나가 아니다
스틸울 시험은 기계적 마모만 본다. 그런데 실사용에서 이 층을 무너뜨리는 경로는 여럿이고, 문헌들이 함께 꼽는 것이 최소한 넷이다.
첫째, 기계적 마모. 지금까지 본 사슬 절단 경로다. 손가락, 옷, 주머니 속 이물이 여기 해당한다.
둘째, 가수분해. 소수성 코팅은 가혹한 용제 조건에 노출된 뒤 가수분해로 실패하는 경향이 지적된다. 표면과 코팅을 잇는 결합이 산소를 매개로 한 구조이므로, 그 결합 자체가 물과 반응해 되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4절에서 본 보관 지침이 이 성질의 다른 얼굴이다.
셋째, 자외선. 장시간 햇빛에 노출되면 황변이나 열화가 생길 수 있어 옥외 용도에는 UV 안정성이 별도로 요구된다. 폰보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에서 먼저 걸리는 항목이다. 대시보드 위 디스플레이는 여름철에 고온과 강한 자외선을 동시에 받는다.
넷째, 접착 실패. 불소 화합물은 유리 기재에 대한 접착이 좋지 않아 기계적 응력이나 열 사이클에서 박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것은 사슬이 끊기는 것과 다른 실패다. 층이 통째로 떨어지는 쪽에 가깝고, 그래서 4절의 SiO2 접착층이나 세정 조건이 중요해진다.
세정제 내성은 자료마다 결이 다르다. 세정제와 용제, 산업 분위기에 노출되는 환경에서는 화학적으로 불활성인 코팅이 필요하다는 일반론이 있는 한편, 이소프로필알코올로 문지르는 시험에서 물과 요오드화메틸렌 접촉각이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보고도 있다. 조성에 따라 갈린다는 뜻으로 읽는 것이 맞고, 실제로 실라잔기를 포함한 화합물을 넣으면 내알코올성이 개선된다는 서술이 특허에 나온다.
이 넷을 함께 놓으면 6절의 결론이 한 번 더 확인된다. 스틸울 회수는 네 경로 중 하나만 재는 값이다. 그 숫자가 높다고 해서 차량용 환경에서 3년을 버틴다는 보장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층의 내구성을 다룬 문헌들이 공통적으로 붙이는 진단이 이것이다. 대부분의 AF 코팅은 초기 성능이 훌륭하고 실사용 조건에서 빠르게 열화된다. 내구성이 상용화의 병목이다.
8. 지금 이 층에 걸려 있는 것
공급 구조
이 소재는 소수의 화학회사가 만든다. 상용 디스플레이용 AF 코팅제를 내놓는 곳으로 다이킨, 신에츠화학, AGC 케미칼, 3M, 솔베이, PPG, 쇼트, 다우, SDC 테크놀로지스 같은 이름이 함께 거론된다. 이 가운데 다이킨의 Optool 계열은 기술자료가 공개되어 있어 이번 편에서 수치를 가져올 수 있었다. 나머지 회사들의 값은 같은 조건에서 비교할 수 있는 형태로 공개되어 있지 않다. 6절의 규칙이 조달 실무에서 곧바로 걸리는 지점이다.
국내에서는 커버글라스 업체 제이앤티씨가 2024년 2월에 AF 코팅 선행기술을 독자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내용은 내마모성이 글로벌 고객사 기준으로 20배 이상 향상됐고, 기존 제품의 AF 효과가 수개월인 데 비해 5~6년 이상 유지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회사가 낸 발표이고 비교 대상과 시험 조건이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앞 절에서 정리한 원칙대로 조건이 붙지 않은 수치로 다루는 것이 맞다.
규제
이 층에 지금 가장 크게 걸려 있는 것은 성능이 아니라 규제다.
유럽 REACH 체계에서 논의 중인 PFAS 광범위 제한은 물품 내 비필수 PFAS를 중량 기준 0.1퍼센트 초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대상 화합물이 1만 종을 넘는 규모로 거론된다. 유럽화학물질청은 2026년 3월 26일 제안된 제한에 대한 최종 협의를 시작했고, 사회경제성분석위원회의 최종 의견은 2026년 말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흔히 나오는 반론이 폴리머는 면제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의를 정리한 자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공급사 자료에 폴리머 면제라고 적혀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저분자량 분획이나 사용 중에 떨어져 나올 수 있는 조각이 있으면 제한 범위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7절의 메커니즘을 여기에 겹쳐 놓으면 문제가 분명해진다. 이 층의 열화가 사슬이 끊어지는 방식으로 일어난다면, 끊어진 조각이 어디로 가는지가 규제 관점에서 질문이 된다. 성능을 만드는 것도 불소 사슬이고, 닳으면서 떨어져 나가는 것도 불소 사슬이다.
3절에서 언급한 비불소계 접근이 다시 나오는 지점이 여기다. 오르가노실록산 자기조립 단분자층처럼 불소를 쓰지 않고 낮은 표면에너지를 얻으려는 연구가 있지만, 임계표면장력 표가 보여주는 대로 탄화수소계 표면은 CH3라도 22~24이고 기름의 범위와 겹친다. 물을 튕기는 것까지는 여러 방법이 있어도 기름을 튕기는 데는 불소가 압도적이었다는 것이 2절에서 본 사실이고, 그것이 규제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남는 것
이 층은 두께 10나노미터, 원가로 따지면 커버윈도우 공정에서 큰 비중이 아니다. 그런데 사용자가 화면을 만질 때마다 닿는 유일한 층이고, 닳으면 사용자가 곧바로 알아차린다. 그리고 지금 그 소재의 근간이 규제 논의의 한복판에 있다.
이번 편에서 짚은 것을 세 줄로 줄이면 이렇다. AF는 지문을 막는 것이 아니라 퍼지지 못하게 한다. 그 일을 하는 것은 바깥을 향해 선 CF3이고, 마모는 그 사슬이 끊어지는 데서 시작된다. 그래서 초기 접촉각은 이 층의 성능을 대표하지 못한다.
다음 편은 같은 면 위의 다른 층을 다룬다. 지문이 아니라 빛이 문제가 되는 층, AG다. 표면을 일부러 거칠게 만들어 반사를 흩는 방법인데, 이번 편에서 본 매끈하고 균일해야 한다는 요구와 정면으로 부딪힌다. 한 면 위에서 요구들이 충돌하기 시작하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