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코어 기판(GCS): 반도체 패키징 기판에 도전하는 AUO, 코닝
패널 회사가 반도체 기판을 들고 나왔습니다. 유리 조성도 대면적 취급도 디스플레이가 먼저 만든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세 회사의 양산 일정이 모두 뒤로 밀렸고, 업계가 낮다고 말하는 수율 40%를 특허에 적힌 비아 밀도로 역산해 보니 이미 비아 하나를 99.9964%로 성공시키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유리를 택한 이유인 대면적이 그대로 수율을 깎고 있습니다.
금주의 핫 이슈
이 칼럼은 한 주간(월요일~일요일) 쏟아진 디스플레이 업계 기사를 취합해, 그중 가장 뜨거웠던 이슈 하나를 조금 더 깊이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8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언론이 다룬 이슈들
이 한 주는 전시회가 두 개 겹쳤습니다. 9월 2일부터 4일까지 타이베이에서 세미콘 타이완이, 9월 4일부터 베를린에서 IFA가 열렸고, 그 사이 서울에서는 옴디아 한국 디스플레이 콘퍼런스가 이틀간 진행됐습니다. 세 곳에서 나온 소식이 한 주 지면의 대부분을 채웠습니다.
첫째, IFA 2026이 가장 굵은 갈래였습니다. 삼성전자는 베를린 훔볼트 포럼에 ‘삼성 커넥트’를 열고 두께 4.1mm에 4:3 비율 193.2mm OLED를 넣은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와 32형 4K 240Hz 오디세이 OLED G8, 49형 커브드 G9를 공개했습니다. LG전자는 9mm 두께의 무선 월페이퍼 W6 OLED TV와 3세대 알파11 AI 프로세서를 내놨습니다. TCL은 4K 240Hz와 FHD 480Hz를 오가는 32인치 ‘OLED+ 32X3A’를, 하이센스는 116인치 미니LED로 맞섰습니다.
둘째, 옴디아 한국 디스플레이 콘퍼런스가 9월 3일과 4일 서울 양재에서 열렸습니다. 옴디아는 올해 대형 OLED 출하량이 전년 대비 18.8% 늘어난 3,88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봤습니다. 전체 TV 시장이 2.5% 줄어드는 가운데 나온 수치입니다. 데이비드 시에 총괄은 중국이 2028년 모바일·IT OLED 생산능력에서 한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박진한 이사는 메모리 가격 급등 탓에 애플이 차기 맥북프로를 LCD 모델과 탠덤 OLED 모델로 나눠 팔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셋째, 애플 폴더블 공개가 임박했습니다. 9월 10일 전후로 예상되면서 국내 FPCB·모듈 밸류체인의 수혜 전망이 이어졌고, 올해 세계 폴더블폰 시장 규모는 2,610만 대로 추산됐습니다.
넷째, 소재 쪽에서는 SFC의 상장 소식이 있었습니다. 청색 발광재료 전문기업으로, 삼성디스플레이 쪽이 지분 33.9%를 쥔 2대 주주입니다. 11월 코스피 상장을 추진합니다.
다섯째, LG디스플레이가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흑자 궤도에 올라섰고 4년 만에 하반기 R&D 신입 공채를 시작했습니다. 광저우 대형 LCD 법인 매각을 마친 뒤의 일입니다.
여섯째, 원천기술 쪽에서 최수석 아주대 교수가 9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았습니다. RGB 서브픽셀로 나누지 않고 나노 광학구조만으로 단일 픽셀에서 풀컬러를 내는 기술입니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의 화소밀도 한계와 맞닿아 있어 따로 한 번 다룰 만한 소재입니다.
이 가운데 LG디스플레이 FLiPP과 중국 설비투자 둔화, KCC글라스의 OCA 진출, 24.5인치 e스포츠 패널은 지난 호까지 이미 다뤘으므로 여기서는 다시 펴지 않겠습니다.
8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최고의 핫이슈는 “유리 코어 기판(GCS)”입니다.
패널 회사가 반도체 기판을 들고 코닝 부스에 섰습니다
세미콘 타이완 2026에서 AUO가 유리 코어 기판(Glass Core Substrate, GCS)을 실물로 공개했습니다. AUO는 대만의 대형 패널 회사입니다. TV와 노트북용 LCD를 만들던 회사가 AI 서버 프로세서를 얹을 반도체 패키징 기판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AUO가 8월 31일 낸 보도자료에는 근거가 한 줄로 적혀 있습니다. “30년이 넘는 유리 기판 처리 전문성 위에서” 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면적 유리 가공, 정밀 금속화, 재배선층(RDL) 기술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관통 유리 비아(TGV) 형성과 비아 금속화, 신뢰성 검증을 차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발표문을 정확히 읽으면 AUO가 대는 것이 무엇인지가 갈립니다. GCS는 코닝의 반도체급 유리와 AUO의 RDL 공정 기술을 결합한 것이고, 전시도 AUO 자체 부스가 아니라 코닝 부스에서 이뤄졌습니다. 즉 유리 자체는 코닝이 대고, 패널 회사가 대는 것은 유리 위에 회로를 그리는 기술입니다.
이것이 왜 자연스러운 조합인지는 두 공정을 나란히 놓으면 보입니다. 디스플레이는 대면적 유리 위에 TFT 배열을 만듭니다. 유리 코어 기판은 대면적 유리 위에 재배선층을 만듭니다. 판 위에 미세 배선을 얹는다는 점에서 같은 계통의 기술입니다.
반도체가 유리를 찾은 이유는 실리콘이 300mm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반도체 쪽 사정을 봐야 합니다. 칩렛 설계가 주류가 되면서 여러 개의 칩을 한 패키지에 얹게 됐고, 그러려면 기판이 더 커지고 배선이 더 촘촘해져야 합니다. 기존 선택지는 둘이었습니다.
유기 기판은 필러를 넣어 열팽창과 유리전이온도를 개선해 왔지만 열 안정성과 평탄도, 치수 안정성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면적이 커질수록 그렇습니다. 휨을 줄이려고 코어를 두껍게 하면 이번에는 관통홀을 작게 만들기가 어려워집니다.
실리콘 인터포저는 반도체 후공정 기술로 미세 배선을 만들 수 있고 열팽창이 칩과 맞아 휨도 적습니다. 그런데 전송 손실이 커서 고속 신호를 보내기가 어렵고, 300mm 웨이퍼 위에서 만들기 때문에 기판 크기와 수율이 묶입니다. 그래서 비쌉니다.
유리는 이 두 문제를 동시에 비켜갑니다. 평탄도와 두께 균일도, 치수 안정성, 강성이 좋고, 열팽창계수를 조절할 수 있어 얇은 상태에서도 휨을 줄일 수 있습니다. 유전 손실이 낮아 고주파 신호에 유리합니다. 그리고 IEEE 전자패키징학회 기술문서가 적은 대로 “디스플레이 기판처럼 대형 패널 형태로 제조할 수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실리콘 인터포저는 지름 300mm 원판 위에서 만들지만, 유리는 650mm × 550mm 크기의 TGV 기판이 이미 학계에 보고돼 있습니다. 면적으로는 706.9cm²와 3,575cm², 5.06배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원판에서 사각형 패키지를 잘라내면 가장자리가 통째로 버려지지만, 사각 패널에는 그 손실이 없습니다. 같은 장비로 한 번에 몇 개를 뽑느냐가 원가를 정하는 세계에서 이 차이는 그대로 비용이 됩니다.
| 유기 기판 | 실리콘 | 유리 | |
|---|---|---|---|
| 평탄도·두께 균일도 | 나쁨 | 좋음 | 좋음 |
| 강성·치수 안정성 | 나쁨 | 좋음 | 좋음 |
| 열팽창계수 조절 | 가능 | 어려움 | 가능 |
| 유전율·유전손실 | 좋음 | 나쁨 | 좋음 |
| 열전도도 | 나쁨 | 좋음 | 나쁨 |
| 대면적 패널 | 가능 | 웨이퍼만 | 가능 |
| 공정 성숙도 | 성숙 | 성숙 | 개발 중 |
표의 마지막 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리는 거의 모든 항목에서 좋은데 공정 성숙도 한 줄만 “개발 중”입니다. 같은 문서는 본문에서 더 분명하게 적었습니다. “유리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고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 2025년 11월에 나온 문장입니다.
넘어간 것 하나, 유리 조성 자체가 디스플레이가 만든 것입니다
반도체 패키징에 쓰이는 유리는 아무 유리가 아닙니다. 무알칼리 유리(alkali-free glass)입니다.
이 조성은 디스플레이가 만들었습니다. 유리에 들어 있는 알칼리 이온이 박막 트랜지스터의 반도체 특성을 망치기 때문에, TFT를 유리 위에 올리려면 알칼리 산화물을 0.1% 이하로 낮춘 유리가 필요했습니다. LCD가 대량 생산에 들어가면서 이 유리가 산업 규모로 만들어졌습니다.
앞서 인용한 IEEE 문서에서 TGV 실험에 쓴 유리는 EN-A1입니다. AGC의 무알칼리 붕규산알루미늄 유리로, 열팽창계수는 3.8ppm/K, 표준 두께는 0.3mm·0.5mm·0.7mm입니다. 실리콘의 3.2~3.3ppm/K에 가깝게 맞춰져 있고, 두께는 디스플레이 기판유리가 쓰던 규격 그대로입니다. AGC는 이 유리를 얇은 디스플레이용 강화 유리로도, TGV·웨이퍼레벨패키징·MEMS용 인터포저 유리로도 팝니다. 같은 제품입니다.
계보는 문서 자체에도 남아 있습니다. 이 IEEE 기술문서의 저자는 AGC의 첨단 반도체 패키징 그룹 소속이고, 유리 파괴를 다루는 대목에서 인용한 참고문헌은 아사히글라스 연구보고입니다. LCD 기판유리를 대던 코닝과 AGC, 일본전기초자가 그대로 반도체 유리기판 공급사로 서 있습니다.
넘어간 것 둘, 구멍을 뚫는 방법
유리를 기판으로 쓰려면 위아래를 잇는 구멍을 뚫어야 합니다. 관통 유리 비아, TGV입니다. 목표는 지름 200μm 아래이고, 레이저를 쓰면 피치를 100μm 아래로 좁힐 수 있습니다.
방법은 크게 셋입니다.
이산화탄소 레이저는 9~11μm 파장을 유리가 잘 흡수하는 성질을 이용합니다. 갈바노 스캐너와 묶으면 빠르고 안정적입니다. 대신 열응력이 남아 어닐링이나 배치 설계로 줄여야 합니다.
엑시머 레이저는 193~351nm 자외선으로 결합을 끊어 뚫습니다. 열손상이 적은 대신 느립니다. 금속 마스크를 써서 여러 구멍을 한 번에 투영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보완합니다.
레이저 개질 후 습식 식각은 펨토초에서 피코초의 초단펄스 레이저로 유리 두께 전체에 다광자 흡수를 일으켜 나노 공극이 있는 개질 영역을 만들고, 그다음 불산 계열 용액으로 식각합니다. 개질된 부분이 훨씬 빨리 녹기 때문에 그 자리에 구멍이 납니다.
세 방법은 구멍의 모양이 다릅니다. 레이저로 직접 뚫으면 위가 넓고 아래가 좁은 테이퍼 형태가 되고, 개질 후 식각하면 가운데가 잘록한 모래시계 형태가 됩니다. 위아래 양쪽에서 동시에 녹아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 모양이 왜 중요한가 하면, 구멍을 뚫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구리로 채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앱솔릭스 특허의 실시예로 보면 두께 300μm 유리에 허리 지름은 75μm, 종횡비 4대 1이고 허리는 입구에서 두께의 40~60%, 실시예로는 45~55% 되는 지점에 놓입니다. 위아래 양쪽에서 좁아져 들어간 그 한가운데를 기포 없이 채워야 합니다. 유리는 절연체라서 도금을 하려면 먼저 얇은 구리 씨앗층을 깔아야 하는데, 맨유리에는 금속이 잘 붙지 않습니다. 그래서 티타늄이나 크롬 같은 금속, 또는 산화아연·산화티타늄 같은 금속 산화물을 100nm 아래로 얇게 밀착층으로 깝니다. 그 위에 무전해 도금으로 씨앗층을 만들고 전해 구리 도금으로 채웁니다.
채우는 정도에 따라 전기 특성이 달라집니다. 30GHz에서 TGV 하나가 만드는 삽입손실은 벽면만 도금한 경우 0.48dB, 일부만 채운 경우 0.34dB, 완전히 채운 경우 0.23dB입니다. 채울수록 손실이 줍니다. 그런데 종횡비가 높은 구멍을 기포 없이 완전히 채우는 것이 바로 지금 막혀 있는 지점입니다.
넘어가지 않는 것, 유리가 깨지는 방식이 다릅니다
여기까지가 디스플레이가 건네준 것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유리 한 장이 그대로 제품이 됩니다. 유리 코어 기판은 수천 개로 잘립니다. 그리고 잘리기 전에 그 위에 구리 배선층을 여러 겹 쌓습니다. 이 두 가지가 디스플레이 유리가 겪지 않는 파괴 모드를 만듭니다.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SeWaRe입니다. 일본어로 나무가 쪼개지는 것을 뜻하는 말에서 2013년 고이즈미가 붙인 이름입니다. 다이싱한 모서리에 남은 미세 균열이, 유리와 그 위에 쌓은 빌드업층의 열팽창계수 차이로 생긴 응력을 받아 자라나면서 기판 전체를 가로로 쪼개 버리는 현상입니다.
패키지 기판은 이 상태로 영하 40도와 영상 125도 사이를 1,000번 오가는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디스플레이 패널이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조건입니다.
재료를 바꿔서는 풀리지 않습니다
유리가 깨지는 문제를 두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은 더 단단한 유리를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답은 통하지 않습니다.
유리의 이론 강도는 대단히 높습니다. 결함이 없는 실리카 섬유는 액체질소 온도에서 10~15GPa, 상온에서 5~6GPa의 강도를 냅니다. 그런데 실제로 쓰는 유리의 강도는 그보다 약 100배 낮습니다. 표면의 미세 균열 때문입니다. 균열의 뾰족한 끝에 응력이 몰리고, 거기서부터 균열이 자라 결국 부러집니다.
그리피스의 파괴역학은 이것을 한 줄로 씁니다. 임계응력은 파괴인성을 균열 크기의 제곱근으로 나눈 값에 비례합니다. 여기서 갈립니다. 파괴인성은 일반적인 유리 재료들 사이에서 약 ±10%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반면 균열 크기는 다이싱 조건에 따라 몇 배씩 달라지고, 게다가 제곱근으로 들어갑니다.
유리를 바꿔 보면 곡선이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파괴인성을 0.68에서 0.82까지 올려도 강도는 20% 남짓 오를 뿐입니다. 반면 균열 크기를 10배 키우면 강도는 68% 떨어집니다. 재료 선택으로 얻을 수 있는 것과 흠집 관리로 잃을 수 있는 것의 크기가 다릅니다.
그래서 실제 대책은 재료가 아니라 공정과 구조에서 나왔습니다. 빌드업층의 유전체와 구리 배선을 얇게 하고, 블레이드 다이싱 조건을 최적화하고, 빌드업층과 유리의 밀착력을 높이고, 기판 가장자리에서 빌드업층을 안쪽으로 물려 놓는 풀백 구조를 적용합니다. 이렇게 만든 시료는 흡습과 리플로를 거친 뒤 영하 40도에서 영상 125도까지 1,000회 열사이클을 돌려도 균열과 박리가 없었습니다.
앱솔릭스가 등록받은 특허도 같은 곳을 봅니다. 청구항이 거는 것은 유리의 종류가 아니라 잔류응력의 편차입니다. 같은 기판 안에서 비아가 지나는 선과 지나지 않는 선의 응력을 각각 재서, 그 차이를 1.5MPa 이하로, 비아가 있는 선에서는 2.5MPa 이하로, 없는 선에서는 1.0MPa 이하로 묶습니다. 구멍을 뚫는 순간 그 주변에 응력이 남고 그 편차가 파괴의 기점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짠 청구항입니다. 더 단단한 유리를 찾는 대신 응력을 고르게 만드는 쪽으로 간 것입니다.
해법이 있다는 것과 양산 조건에서 매번 그렇게 나온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 간격이 지금 일정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율 40%는 비아 하나가 10만 개에 3.6개씩 실패한다는 뜻입니다
업계가 말하는 수율 40%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숫자인지는, 기판 한 장에 구멍이 몇 개나 뚫리는지를 알아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앞서 본 앱솔릭스 특허가 그 수치를 적어 놓았습니다. 단위면적 1cm × 1cm 당 코어 비아 100개에서 3,000개, 실시예에서는 225개와 1,024개입니다.
이 밀도를 650mm × 550mm 패널에 곱하면 규모가 나옵니다. 1cm²당 1,024개면 패널 한 장에 366만 개입니다. AI 가속기 하나가 얹힐 만한 50mm × 50mm 패키지로 좁혀도 25,600개입니다.
여기서부터 산수가 잔인해집니다. 비아 하나라도 도금이 끊기거나 균열이 가면 그 패키지는 죽습니다. 비아 불량이 서로 독립이라고 놓으면 패키지 수율은 비아 하나의 성공률을 비아 개수만큼 거듭제곱한 값입니다. 덧셈이 아니라 지수입니다.
역산해 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비아 25,600개짜리 패키지의 수율이 40%가 되려면 비아 하나의 불량률이 35.8ppm이어야 합니다. 10만 개에 3.6개꼴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 업계가 “너무 낮다”고 말하는 그 40%는, 이미 비아 하나를 99.9964%의 확률로 성공시키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개리 후앙 부사장이 말한 60~70%로 올라가려면 이 불량률을 35.8ppm에서 13.9ppm으로, 2.57배 낮춰야 합니다. 이 배수는 비아 개수와 무관하게 일정합니다. 비아가 5,625개인 패키지라면 162.9ppm에서 63.4ppm으로, 역시 2.57배입니다. 수율을 40%에서 70%로 올린다는 말은 이미 10만 분의 3 수준인 불량률을 다시 3분의 1 이하로 깎는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이 기술의 구조적 함정이 있습니다. 유리를 택한 이유가 대면적이었는데, 면적이 넓어질수록 비아가 늘고 수율은 지수로 떨어집니다. 같은 35.8ppm에서 비아 1,000개짜리 작은 패키지는 96.5%가 나오지만, 25,600개짜리는 40%, 50,000개짜리는 16.7%입니다. 실리콘 인터포저를 밀어내려고 키운 면적이 그대로 수율을 깎습니다. 강점과 약점이 같은 뿌리에서 나옵니다.
이것은 왜 유리 코어 기판은 양산 가능 수준에 이르렀는데 유리 인터포저는 2030년 이후로 밀리는지도 설명합니다. 인터포저는 GPU와 HBM 바로 아래에 들어가므로 배선 밀도가 훨씬 높고, 같은 면적에 비아가 더 촘촘합니다. 지수의 어깨에 올라가는 숫자가 커지는 것입니다. 같은 공정 완성도에서도 결과는 전혀 달라집니다.
앱솔릭스 특허가 왜 하필 응력 균일도를 청구항으로 걸었는지도 여기서 읽힙니다. 비아 하나하나의 편차를 줄이는 일은 곧 지수의 밑을 1에 붙이는 일이고, 수만 번 거듭제곱되는 자리에서는 그 작은 차이가 전부를 가릅니다.
특허로 보면 주인은 디스플레이가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짚어야 합니다. 디스플레이가 30년 쌓은 것이 넘어가고 있다는 말은 맞지만, 그것이 곧 디스플레이 업계가 이 시장의 주인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유리 코어 기판과 인터포저의 특허 지형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인텔이 현재 특허의 거의 절반을 쥐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경쟁자는 SK 계열의 앱솔릭스이고, 나머지 70여 개 회사가 각각 적은 수를 나눠 갖고 있습니다. 2020년 이전에는 뚜렷한 특허 선두가 없었고 2015년 무렵부터 출원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목록의 앞자리에 패널 회사는 없습니다. 앞서 본 앱솔릭스 특허가 보여주듯, 유리 코어 기판의 핵심 청구항은 구멍의 단면 형상과 응력, 배선 구조에 걸려 있습니다. 디스플레이가 건네주는 것은 특허가 아니라 손입니다. 대면적 유리를 깨뜨리지 않고 옮기고, 그 위에 미세 배선을 균일하게 얹는 제조 능력입니다.
AUO의 위치가 그것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코닝의 유리에 AUO의 RDL 공정을 얹고, 전시는 코닝 부스에서 했습니다.
일정은 세 회사 모두 뒤로 밀렸습니다
이 기술을 두고 “연내 세계 최초 양산”이라는 표현이 몇 해째 반복돼 왔습니다. 실제 일정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다르게 읽힙니다.
앱솔릭스는 SKC와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합작사로 2024년 미국 조지아주에 유리기판 전용 공장을 준공했습니다. 양산 시점은 2025년 말에서 2026년 초로, 다시 2026년 인증 완료로, 지금은 2027년 양산으로 옮겨졌습니다. 고객사마다 데이터센터와 AI 가속기 등 사용 환경이 달라 요구하는 신뢰성 시험 범위가 넓어진 것이 이유로 지목됩니다.
삼성전기는 더 최근에 밀렸습니다. 8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2027년 하반기 가동 목표가 2028년 이후로 옮겨졌고, 원인은 글로벌 통신 반도체 고객사의 시제품 신뢰성 평가 미통과입니다. 장비 발주도 2025년 11월 예정에서 세 차례 이상 미뤄졌습니다. 합작사 글라셈은 삼성전기와 동우화인켐이 세웠고, 생산라인은 동우화인켐 평택사업장에 들어섭니다. 동우화인켐은 스미토모화학이 지분 전부를 가진 한국 자회사로, LCD·OLED용 편광필름과 터치센서를 만들어 온 디스플레이 소재 회사입니다.
LG이노텍은 상용화 시점을 2028년에서 2030년으로 옮겼습니다.
세 회사가 같은 방향으로 밀린 이유는 수율에 있습니다. 욜그룹 집계로 현재 유리 인터포저 수율은 40% 수준입니다. 개리 후앙 부사장은 이 수치를 두고 너무 낮다며, 60~70%까지 올라가지 않으면 비용 효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병목으로 지목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유리 안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도금, 그리고 기판 내구성과 직결된 미세 균열. 앞에서 IEEE 문서가 짚은 두 가지와 정확히 같습니다. 학계가 과제로 적어 둔 항목이 산업 현장에서 일정을 미루고 있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구분할 것이 있습니다. 언론이 “유리기판”으로 한데 묶는 것이 실제로는 둘입니다. 유리 코어 기판은 패키지 기판의 뼈대만 유리로 바꾸는 것으로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양산 가능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유리 인터포저는 GPU와 HBM 바로 아래 배선층 자체를 유리로 바꾸는 것으로 난도가 훨씬 높고, 본격 상용화는 2030년 이후로 봅니다. 위의 수율 40%는 인터포저 쪽 수치입니다. 두 가지를 섞어 읽으면 일정도 난도도 어긋납니다.
전망
디스플레이 유리 기술의 반도체 이주는 되돌아가지 않습니다. 유리를 택한 이유가 유행이 아니라 물성이기 때문입니다. 실리콘은 300mm 원판에 갇혀 있고 유기 기판은 대면적에서 평탄도가 무너집니다. 칩렛이 계속 커지는 한 대면적·저손실·저휨을 동시에 주는 소재는 지금 유리뿐이고, 그 유리를 판 단위로 다뤄 본 경험은 디스플레이에만 있습니다.
다만 이 기술의 상업적 주도권은 패널 회사에 오지 않을 것입니다. 특허는 이미 반도체 쪽이 쥐었고, 남은 병목인 도금과 균열은 둘 다 패널 공정에 없던 문제입니다. 패널 회사는 소재사와 반도체사 사이에서 공정을 맡는 자리에 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AUO가 코닝 부스에 선 형태가 그 예고편입니다.
시점은 2027년에서 2028년 사이로 봅니다. 그것도 유리 코어 기판에 한해서입니다. 40%에서 70%로 가는 길은 앞에서 계산한 대로 불량률을 2.57배 낮추는 일이고, 이미 10만 분의 3 수준인 값을 다시 3분의 1로 깎아야 합니다. 도금 하나를 고쳐서 되는 종류가 아니라 다이싱과 응력 관리가 함께 올라가야 하는 일이라 해가 바뀝니다. 유리 인터포저는 비아가 더 촘촘해 지수의 어깨가 커지므로 2030년 이전에 시장에 나오기 어렵습니다.
이 예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네 가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앱솔릭스가 고객사 신뢰성 인증 통과를 발표하는가. 지금 AMD·아마존·인텔과 품질 시험이 진행 중이므로 이 발표가 나오면 2027년 양산이 실제 일정이 됩니다. 둘째, 수율 60% 돌파가 확인되는가. 욜그룹이 제시한 손익 분기선이고, 여기를 넘기 전에는 어느 회사가 무엇을 발표해도 시험 생산입니다. 셋째, 삼성전기의 장비 발주가 실제로 집행되는가. 세 차례 미뤄진 항목이라 가장 정직한 지표입니다. 넷째, 발표문과 기사가 유리 코어 기판과 유리 인터포저를 구분해서 쓰기 시작하는가.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면, 발표되는 수율이 어느 면적 기준인지 밝히는가입니다. 수율은 패키지 면적에 따라 지수로 달라지므로 면적을 빼고 말한 수율은 비교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넷째가 가장 빨리 답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것이 나머지 셋을 읽는 눈금이 됩니다. 둘을 섞어 쓰는 발표는 대개 인터포저의 어려움을 코어 기판의 진척으로 덮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분해서 적기 시작하는 회사가 나온다면, 그 회사가 실제로 앞서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