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마스크리스 패터닝 FLiPP
LG디스플레이가 금속 마스크 없이 화소를 그리는 FLiPP를 공개하며 휘도 1.6배, 수명 2.4배, 소비전력 13% 저감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세 수치는 새 발광재료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개구율 1.55배 하나를 넣으면 세 개가 전부 계산으로 떨어집니다. 직접 검산한 뒤, 이 계열 기술의 원천특허까지 읽었습니다. 그 특허는 지금 삼성디스플레이가 갖고 있고, 겨냥한 자리가 LG디스플레이와 정반대였습니다.
이 칼럼은 한 주간(월요일~일요일) 쏟아진 디스플레이 업계 기사를 취합해, 그중 가장 뜨거웠던 이슈 하나를 조금 더 깊이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8월 3주차, 언론이 다룬 이슈들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지면을 채운 소식은 크게 여섯 갈래였다. 이번 주는 부산에서 벌어진 일이 나머지를 전부 밀어냈다.
첫째, IMID 2026이 열렸다가 닫혔다. 8월 18일부터 2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국내 최대 디스플레이 학술·전시 행사가 열렸다. 1,000여 편의 연구와 80여 개 부스, 2,500여 명이 모였다. 삼성디스플레이 조성찬 연구소장이 “AI와 폼팩터 혁신”으로 기조연설을 열었고 구글과 메타에서도 연단에 섰다. 지난 호를 낼 때는 개막 예고였던 것이 이번 주에 실물이 됐다.
둘째, 삼성디스플레이가 늘어나고 비틀리는 화면을 내놨다. 20인치 대면적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와 7.6형 와이드뷰 디스플레이가 실물로 공개됐다. 와이드뷰는 폴더블을 옆에서 볼 때 접힘부가 어두워지고 색이 틀어지는 현상을 겨냥한 광학 기술이다.
셋째, 삼성디스플레이가 돈을 확보했다. 8월 21일 삼성SDI가 보유하던 삼성디스플레이 주식 1,308만 8,235주를 4조 4,500억 원에 되파는 결의가 나왔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자기주식 취득이다. 같은 주에 충남 아산 2단지 신규 OLED 공장의 골조 공사 승인 소식이 붙었다. 2021년 이후 멈춰 있던 건물이 다시 올라간다.
넷째, 애플이 OLED를 전 라인업으로 넓힌다. 아이패드 프로에 이어 아이패드 에어·미니, 맥북 프로·에어, 그리고 일체형 데스크톱 아이맥까지 3년에 걸쳐 OLED를 넣는다는 보도가 주 후반 반복됐다. 아이맥용으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고밀도 QD-OLED와 LG디스플레이의 5스택 WOLED가 220PPI·600니트 요구 사양을 놓고 검증 중이다.
다섯째, TV는 OLED만 자랐다. 2026년 2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0.4% 줄었는데 OLED TV만 20% 늘었다. LG전자가 52%로 과반을 지켰고, LCD에서는 삼성전자 13.7%와 TCL 13.8%가 0.1%p 차로 붙었다. 중국 쪽에서는 TCL이 자회사 CSOT의 잔여 지분을 전량 인수해 지배구조를 100%로 정리했다.
여섯째, 측정 기준을 먼저 쥐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부산에서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 회의와 국제표준 포럼을 열고, 차세대 계측 표준 IDMS 1.4 제정에 착수했다. 폴더블 주름 측정법, 차량용 슬라이더블·곡면 광학 평가, XR 마이크로디스플레이 휘도 측정이 대상이다.
이 여섯 갈래를 관통해 주 내내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소식이 하나 있었고, 그것은 화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화면을 만드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였다.
8월 3주차 최고의 핫이슈는 “LG디스플레이 FLiPP”입니다.
마스크를 없앴는데 왜 수명이 뉴스인가
8월 18일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기술의 이름은 FLiPP다. FMM-Less innovative Pixel Patterning의 머리글자로, 파인메탈마스크(FMM) 없이 적·녹·청 화소를 그리는 공정이다.
FMM은 OLED 화소를 만드는 데 30년 가까이 쓰인 방식이다. 원하는 자리에만 구멍이 뚫린 얇은 금속판을 유리 기판에 밀착시키고, 그 위로 유기물을 증발시켜 구멍을 통과한 만큼만 쌓는다. 스텐실에 대고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과 원리가 같다. 문제는 이 금속판이 얇아야 하고, 얇으면 처진다는 데 있다. 처지면 유기물이 엉뚱한 자리에 앉는다. 이 매체의 같은 호에 실린 8.6세대 OLED 증착·마스크 특허 9건 분석이 다루는 것이 정확히 그 처짐이다.
그래서 마스크를 없앤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따라붙는 단어는 늘 해상도였다. 마스크가 없으면 처짐도 없고, 처짐이 없으면 더 작은 화소를 그릴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LG디스플레이가 앞세운 숫자는 해상도가 아니었다.
발표된 수치는 네 개다.
| 항목 | 발표 내용 |
|---|---|
| 개구율 | FMM 방식 대비 약 55% 향상 |
| 휘도 | 1.6배 |
| 수명 | 2.4배 |
| 소비전력 | 13% 저감 |
| 원장 이용 | 8.5세대 마더글라스에서 얻는 패널 비율 64% 높음 |
최영석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WOLED 독자 기술과 노하우를 집약해 ‘꿈의 기술’로 불리는 차세대 OLED 패터닝 FLiPP 구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수명 2.4배는 이 목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다. OLED에서 수명은 소재의 문제로 다뤄져 왔다. 청색 인광이 20년 가까이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도 수명이었다. 그런데 공정을 바꿨더니 수명이 2.4배가 됐다고 한다.
여기서 물어야 할 것은 하나다. 그 2.4는 어디서 왔는가.
세 수치는 전부 개구율 하나에서 나온다
답은 목록의 맨 위에 있다. 개구율이다.
개구율은 화소 하나가 차지하는 면적 가운데 실제로 빛을 내는 부분의 비율이다. 나머지는 화소를 서로 갈라 놓는 격벽과 배선이 차지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소병수 상무가 올해 3월 밝힌 바로는 FMM 방식의 개구율이 30% 수준이다. 화소 면적의 3분의 1만 빛을 낸다는 뜻이다.
FMM 방식에서 개구율이 낮은 것은 마스크가 두껍기 때문이다. 마스크에 두께가 있으면 구멍의 벽면이 비스듬히 날아오는 유기물을 가로막아 구멍보다 작은 자국이 남는다. 섀도 효과라고 부른다. 그래서 설계 단계에서 구멍 사이를 넉넉히 벌려 두어야 하고, 그 여백이 전부 빛을 내지 않는 면적이 된다.
FLiPP는 이 여백을 회수한다. LG디스플레이가 밝힌 향상폭 55%를 그대로 받으면 개구율이 1.55배가 된다.
이제 나머지 세 수치를 하나씩 대 보자.
휘도. 같은 전류밀도로 구동할 때 총 광량은 빛을 내는 면적에 비례한다. 면적이 1.55배면 광량도 1.55배다. 발표된 값은 1.6배다. 거의 그대로다.
수명. OLED의 수명은 소자를 얼마나 세게 몰아붙이느냐로 결정된다. 문헌에서는 수명 τ와 전류밀도 J의 관계를 멱법칙으로 쓴다.
τ ∝ J−n
지수 n은 소자 구조와 이동도의 캐리어 농도 의존성에 따라 대략 1.5에서 2.0 사이이고, 초기휘도 환산에는 흔히 1.7~1.8이 쓰인다발광 면적이 1.55배가 됐으니, 같은 밝기의 화면을 만들 때 각 화소를 1/1.55만큼만 몰아붙이면 된다. 전류밀도가 1/1.55로 내려간다. 그러면 수명은 1.55의 n제곱이 된다.
n을 1.7로 잡으면 2.11배, 1.8로 잡으면 2.20배, 2.0으로 잡으면 2.40배다.
발표된 값 2.4배를 만드는 n을 역산하면 정확히 1.998이 나온다. 수명 2.4배는 개구율 1.55배의 제곱이다.
소비전력. 여기가 오히려 이 해석의 결정적 근거다. 앞의 두 수치가 크게 뛰었는데 소비전력은 13%밖에 줄지 않았다. 언뜻 어긋나 보이지만 계산해 보면 이쪽이 앞뒤가 맞는다.
발광 면적이 1.55배가 되고 전류밀도가 1/1.55로 내려가면, 둘을 곱한 총 전류는 변하지 않는다. 전력은 전압과 전류의 곱이므로, 총 전류가 그대로인 이상 전력이 줄어드는 통로는 구동전압 하나뿐이다. 전류밀도가 내려가면 구동전압도 따라 내려가는데, 그 감소폭은 전류밀도만큼 크지 않다. 그래서 개구율이 55% 늘어도 전력은 10%대만 준다.
내장전위를 1.5V, 기준 구동전압을 4.0V로 두고 계산하면 12.3% 감소가 나온다. 발표된 13%와 거의 같다.
슬라이더를 움직여 보면 세 값이 하나로 묶여 있다는 것이 바로 보인다. 개구율 배수를 1.55에 둔 채 수명 지수 n만 1.4에서 2.2까지 올려 보면 수명 막대가 1.9배에서 2.6배 사이를 오가고, 점선으로 표시된 발표치 2.4배에 닿는 지점이 n이 2.0일 때다.
정리하면 이렇다. FLiPP가 내놓은 휘도·수명·소비전력 세 수치는 새로운 발광재료의 성과가 아니라 화소를 넓힌 결과다. 발광층을 그대로 두고 빛을 내는 면적만 넓히면 세 값이 저절로 따라온다.
이것은 흠이 아니다. 오히려 이 기술이 무엇을 바꾸는지 정확히 말해 준다. FLiPP는 소재를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소재가 놓일 자리를 넓히는 기술이다. 그리고 자리를 넓히는 쪽이 소재를 바꾸는 쪽보다 훨씬 빠르다. 청색 인광은 20년이 걸렸고, LG디스플레이는 FLiPP의 공정 조건을 잡는 데 약 1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유기물을 용액에 담그는데 왜 녹지 않는가
LG디스플레이가 밝힌 공정은 이렇게 돈다. 적·녹·청 화소를 순서대로 기판에 도포해 정확한 자리에 고정하고, 자외선으로 필요 없는 부분을 지운다. 상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읽고 나면 곧바로 걸리는 대목이 있다. 지운다는 부분이다. 유기물을 어떻게 지우는가.
OLED의 유기층은 두께가 100나노미터 안팎이고 열·수분·용매에 모두 약하다. 반도체 공정에서 쓰는 통상의 감광막은 강한 유기용매나 알칼리 현상액을 쓰는데, 그런 것에 담그면 OLED는 그 자리에서 못 쓰게 된다. 마스크리스 패터닝이 30년간 실현되지 않은 이유가 정밀도가 아니라 여기에 있었다.
답은 화학의 직교성이다. 대부분의 유기 반도체는 기름에 친하거나 물에 친하다. 그런데 고불소화 화합물은 그 어느 쪽과도 섞이지 않는다. 서로 직교한다. 그래서 불소계 감광막과 불소계 현상액을 쓰면, 그 액체가 아래의 유기층을 건드리지 못한 채 감광막만 씻어낸다.
이 방식을 개발한 회사의 이름이 오사거널(Orthogonal Inc.)이었다. 회사 이름이 곧 원리였다.
LG디스플레이는 FLiPP를 독자 기술이라고 밝혔고 오사거널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이 계열 기술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는 오사거널이 남긴 등록특허에 남김없이 적혀 있다. 그래서 그 특허를 읽어 봤다.
특허는 녹여 씻지 않는다. 떠내려 보낸다
등록특허 US10,468,637의 제목은 “더 큰 개구율을 갖는 컬러 OLED 디스플레이”다. 마스크를 없애는 기술의 목적이 해상도가 아니라 개구율이라는 것을 특허 제목이 이미 말하고 있었다. 우선일은 2014년 8월 1일로, JDI가 eLEAP을 발표하기 8년 전이다.
이 특허가 쓰는 방식은 유기물을 직접 노광하거나 현상하는 것이 아니다. 순서가 반대다.
먼저 기판 위에 언더컷 리프트오프 구조를 세운다. 화소가 앉을 자리마다 구멍이 뚫려 있고, 구멍의 벽이 안쪽으로 파인 처마 모양이다. 그 위에 유기물을 통째로 증착한다. 구멍 안으로 들어간 유기물은 기판에 앉고, 처마 위에 얹힌 유기물은 아래와 끊어진 채 남는다. 그다음 불소계 용매에 담그면 처마 구조가 녹으면서 그 위에 얹혀 있던 유기물이 함께 떨어져 나간다. 구멍 안에 앉은 것만 남는다. 이 과정을 적·녹·청 세 번 반복하고 마지막에 공통 상부전극을 올린다.
여기서 이 특허의 실시예가 요구하는 조건 하나가 눈에 띈다.
적어도 하나의 리프트오프 구조가 그 위의 유기 EL 층 및 상부전극층과 합쳐진 실효 밀도는, 그 구조를 제거하는 데 쓰이는 리프트오프 액체의 밀도보다 작다.
US10,468,637 실시예 7 · 27떨어져 나온 조각이 가라앉지 않고 뜨도록 밀도를 설계한다는 뜻이다. 다른 실시예는 제거 과정에서 구조가 “말린다(curl)“고 적고 있고, 또 다른 실시예는 “적어도 부분적으로 말려 올라가 기판에서 떠내려가도록” 재료를 고른다고 적는다.
이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유기물을 녹여서 씻어내는 것이 아니라, 유기물을 업고 있는 희생층을 통째로 말아 올려 액체 위로 띄워 보낸다. 남을 유기물은 처마 밑 구멍 안에 앉아 있어 흐름에 노출되는 시간이 짧다.
재료 조건도 구체적이다. 불소계 바탕층은 불소 함량 약 49중량%의 메타크릴레이트계 플루오로폴리머이고, 하이드로플루오로에테르 용매에 약 12중량%로 녹여 3,000rpm에 1분 스핀코팅한 뒤 90도에서 1분 굽는다. 두께는 약 800나노미터다. 특허는 이 바탕층이 아래 유전체 패턴의 높이보다 최소 100나노미터 이상 두꺼워야 리프트오프가 제대로 된다고 적어 두었다. 리프트오프제로는 HFE-7100, HFE-7300 같은 하이드로플루오로에테르가 명시된다.
그리고 이 특허의 현재 소유자는 오사거널이 아니다. 2024년 6월 10일 삼성디스플레이로 양수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오사거널로부터 미국 특허 5건을, 2025년에 한국 특허 2건을 사들였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 거래가 특허 등본에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특허가 겨냥한 자리는 대형이 아니라 고해상도였다
특허를 끝까지 읽으면 이 기술이 원래 어디를 노렸는지가 분명해진다. 그리고 그 자리는 LG디스플레이가 부스에 세워 놓은 27인치가 아니다.
특허의 실시예 1은 실제로 만들어 본 기록이다. 유리 기판에 유전체를 약 500나노미터 두께로 패턴하고, 화소 개구를 가로 10마이크로미터, 세로 36마이크로미터로 열었다. 다른 색끼리는 4마이크로미터, 같은 색끼리는 6마이크로미터를 띄웠다. 적·녹·청 한 세트가 40마이크로미터 × 40마이크로미터에 들어간다.
이 치수를 환산하면 **635dpi에 개구율 61%**가 나온다.
특허가 권리로 거는 범위도 같은 방향이다.
| 실시예 | 내용 |
|---|---|
| 84 | 화소 간격 4μm 이하, 결합 발광 면적이 표시영역의 60% 이상 |
| 88 | 개구율 약 60% 초과 또한 해상도 600ppi 초과 |
| 89 | 개구율 약 70% 초과 |
| 90 · 91 | 해상도 700ppi 초과 · 800ppi 초과 |
| 92 ~ 95 | 화소 크기가 어느 방향으로도 25μm · 15μm · 5μm 미만 |
여기서 중요한 것은 88번이 개구율과 해상도를 하나의 조건으로 묶었다는 점이다. FMM 방식에서는 이 둘이 서로를 잡아먹는다. 해상도를 올리면 화소가 작아지는데, 마스크 그림자 때문에 비워 두어야 하는 여백은 그만큼 줄지 않는다. 그래서 고해상도로 갈수록 개구율이 가파르게 떨어진다. 스마트폰용 FMM 패널의 개구율이 30% 언저리인 이유가 이것이다.
마스크리스는 이 상충을 끊는다. 여백을 마스크가 아니라 리소그래피가 정하므로, 화소를 줄여도 여백이 함께 줄어든다. 그래서 635dpi에서 61%라는 조합이 성립한다.
이 대목에 이번 발표를 겹쳐 놓으면 그림이 달라진다.
| 오사거널 특허 (2014~2015) | LGD FLiPP (2026) | |
|---|---|---|
| 해상도 | 635dpi (실시예 1 실측) | 27인치 기준 약 163ppi |
| 개구율 | 61% | 30% 환산 시 약 46.5% |
| 겨냥 | 고해상도 소형 | 대면적 8.5세대 풀 글래스 |
LG디스플레이는 이 기술의 가장 큰 강점을 아직 쓰지 않고 있다. 마스크리스가 원래 잘하는 일은 작은 화소를 촘촘히 놓으면서도 밝게 만드는 것인데, LG디스플레이가 먼저 증명한 것은 큰 유리를 한 판으로 처리하는 쪽이었다. 개구율 향상폭이 셋 중 가장 낮게 나온 것도 그래서다. 대형에서는 애초에 올릴 여지가 적다.
그리고 이것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왜 하필 이 특허를 샀는지도 설명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주력은 스마트폰용 고해상도 패널이고, XR용 마이크로디스플레이는 그보다 더 촘촘하다. 600ppi 이상에서 개구율 60~70%를 거는 권리는 정확히 그 시장의 것이다.
두 회사가 같은 기술의 반대편 끝을 잡았다. LG디스플레이는 유리를 키우는 쪽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화소를 줄이는 쪽으로 갔다.
개구율 46%, 셋 중 가장 낮다
LG디스플레이는 FLiPP를 “세계 최초”라고 표현했다. 이 표현이 정확히 어디에 걸리는지는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마스크 없이 OLED 화소를 그리는 기술 자체는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 JDI가 2022년에 eLEAP을 발표했고, 중국 비전옥스는 ViP로 이미 양산 샘플을 냈다. 세 회사의 발표치를 개구율 기준으로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된다.
| JDI eLEAP | 비전옥스 ViP | LGD FLiPP | |
|---|---|---|---|
| 발표 시점 | 2022년 5월 | 2023년 | 2026년 8월 |
| 개구율 | 28% → 60% (2.14배) | 29% → 69% (2.38배) | FMM 대비 1.55배 |
| 개구율 30% 환산 | 64.2% | 71.4% | 46.5% |
| 휘도 | 2배 | 4배 | 1.6배 |
| 수명 | 3배 | 6배 (탠덤 결합) | 2.4배 |
| 역산한 지수 n | 1.44 | 2.07 | 2.00 |
| 원장 | 6세대 | 6세대 · 8.6세대(2027년 목표) | 8.5세대 풀 글래스 |
개구율 향상폭만 놓고 보면 LG디스플레이가 셋 중 가장 낮다. 같은 기준으로 환산하면 46.5%로, JDI의 64.2%와 비전옥스의 71.4%에 못 미친다.
다만 이 표를 그대로 순위로 읽으면 안 된다. 세 회사가 재고 있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JDI는 300PPI를, 비전옥스는 1,700PPI까지를 기준으로 말한다. 둘 다 스마트폰과 XR 쪽 화소밀도다. 화소가 작을수록 격벽과 배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FMM 개구율이 바닥에 가깝고, 바닥이 낮으면 올릴 여지가 크다. 반면 LG디스플레이가 부스에서 보여준 것은 27인치 모니터였다. 27인치 4K면 화소밀도가 163PPI 수준이고, 이 크기에서는 FMM으로도 개구율이 이미 상당히 높다. 분모가 크면 배수는 작게 나온다.
문제는 LG디스플레이가 개구율의 절대값도, 비교 기준이 된 FMM 패널의 화소밀도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55%라는 숫자만으로는 그것이 30%를 46%로 올린 것인지, 45%를 70%로 올린 것인지 알 수 없다. 이 값이 공개되기 전까지 세 회사의 개구율을 같은 표에 놓고 우열을 가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 8.6세대가 아니라 8.5세대인가
그렇다면 “세계 최초”는 어디에 걸리는가. 부스 상단 문구가 답을 준다. “World’s 1st FMM-less with G8.5 Full Glass.” 마스크리스 자체가 아니라 8.5세대 원장을 통째로 한 판으로 쓴 것이 최초라는 뜻이다.
이 대목은 그냥 넘길 자리가 아니다. 지금 업계가 IT용 OLED에 쓰겠다고 짓고 있는 라인은 전부 8.6세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4조 원을 넣었고, 비전옥스는 허페이에 76억 달러짜리 8.6세대 V5 라인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LG디스플레이는 8.5세대라고 말했다.
두 가지를 이어 보면 이유가 보인다. 첫째, LG디스플레이는 8.6세대 IT OLED 투자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고객 없이 투자 없다”는 기조를 몇 해째 유지하며 6세대 라인으로 중형 시장에 대응해 왔다. 둘째, LG디스플레이는 이미 8.5세대 대형 라인을 갖고 있다. TV용 WOLED를 만드는 라인이다.
즉 FLiPP는 화질 기술인 동시에 투자 규모에 관한 답이기도 하다. 새 세대의 라인을 짓지 않고 기존 원장 크기에서 IT용 RGB OLED를 만들 수 있다면, 8.6세대 신규 투자를 미룬 선택이 뒤처짐이 아니라 다른 경로가 된다.
부스에 적힌 숫자가 이 해석을 뒷받침한다. 8.5세대 원장 2,500 × 2,200mm 위에 27인치 패널 24장이 그려져 있었다. 실제로 들어맞는지 계산해 봤다.
27인치 16:9 패널은 가로 597.7mm, 세로 336.2mm다. 원장을 가로 4열, 세로 6행으로 나누면 칸 하나가 625.0 × 366.7mm가 되고, 패널을 넣고 남는 여유가 가로 27.3mm, 세로 30.4mm다. 절단 여유로 알맞은 값이다. 24장이 정확히 들어간다. 이때 원장 면적 5.50m² 가운데 패널이 차지하는 비율은 87.7%다.
원장을 반으로 갈라 쓰면 이 숫자가 나올 수 없다. 절단선이 하나 더 생기고 각 절반마다 가장자리 여백을 다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FMM 방식이 8.6세대에서 하프 글래스를 쓰는 이유가 마스크를 원장 크기로 만들 수 없어서라는 점을 생각하면, “패널 비율 64% 향상”이라는 발표치가 개구율과는 별개의 이야기라는 것도 분명해진다. 하나는 화소 안의 면적이고, 다른 하나는 유리 위의 면적이다.
다만 64%의 산출 근거는 LG디스플레이가 밝히지 않았다. 어떤 세대의 어떤 재단 조건과 비교한 값인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이 공정이 치르는 대가
발표에 없는 것을 하나 짚어야 한다.
마스크리스 패터닝은 적색, 녹색, 청색에 대해 같은 공정을 세 번 반복한다. 오사거널 특허의 공정 흐름도가 이 반복을 그대로 그려 놓았다. 리프트오프 구조 형성, 잔사 세정, 유기층 증착, 상부전극 증착, 리프트오프 구조 제거. 이 다섯 단계가 세 번 돌고 마지막에 공통 상부전극이 올라간다.
이 말은 가장 먼저 놓인 색의 층이 나머지 두 색의 공정을 그대로 다시 겪는다는 뜻이다. 첫 색은 화학 처리를 세 번, 두 번째는 두 번, 마지막은 한 번 통과한다.
불소계 용매가 유기층을 녹이지 않는다는 것과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공정을 통과할 때마다 미량의 수분과 잔류 용매가 계면에 남을 수 있고, 그 양이 색마다 다르다면 세 색의 열화 속도가 처음부터 어긋난 채 출발한다. 화면의 색균형은 세 색이 같은 속도로 어두워질 때만 유지된다. 오래 쓸수록 흰색이 특정 색으로 기우는 현상이 여기서 나올 수 있다.
이것이 억측이 아니라는 근거는 특허 자신에 있다. 오사거널은 이 문제를 알고 설계했다. 특허는 인용문헌에 인광 OLED의 외인성 열화를 다룬 SID 2014 발표를 걸어 두었고, 실시예에는 상부전극을 유기층의 측벽까지 덮도록 증착한다는 조건과, 물·산소에 덜 민감한 재료층을 얹어 아래 유기층을 보호한다는 조건이 따로 들어 있다. 공정을 여러 번 도는 동안 먼저 놓인 층을 어떻게 감쌀 것인가가 이 기술의 설계 과제였다는 뜻이다.
LG디스플레이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가 이 계열 기술의 약점을 어디로 보고 있는지는 확인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소병수 상무는 올해 3월 비FMM 기술을 소개하면서 “생산수율 문제와 봉지 신뢰성 등에서 문제가 있다”며 **“양산 단계에 도달한 기술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봉지는 유기층을 수분과 산소로부터 막는 층이다. 특허가 측벽까지 덮으라고 적어 둔 그 자리를, 경쟁사 임원이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로 지목한 셈이다.
부스에 놓인 것이 27인치 모니터였다는 점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7인치는 화소가 커서 이 공정에 가장 관대한 조건이다. LG디스플레이가 양산 시작점으로 태블릿과 모니터를 지목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전망
FLiPP는 발표된 대로의 물건이다. 다만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발표와 조금 다르게 읽어야 한다.
이 기술의 성과는 새로운 발광재료가 아니다. 휘도 1.6배, 수명 2.4배, 소비전력 13% 저감은 개구율 1.55배 하나를 넣으면 전부 계산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 사실이 이 기술의 가치를 깎지 않는다. 소재를 바꾸는 데 20년이 걸리는 산업에서, 자리를 넓혀 같은 결과를 얻는 경로를 1년 만에 확보했기 때문이다.
세 가지를 예상한다.
첫째, LG디스플레이는 8.6세대 IT OLED 신규 라인을 짓지 않는 쪽으로 간다. FLiPP를 8.5세대 풀 글래스로 실증했다고 발표한 것 자체가 그 방향의 신호다. 이 예측이 맞았는지는 파주 P10의 8.6세대 투자 집행 여부로 확인된다. 연내 투자 결정이 나오면 이 해석은 틀린 것이다.
둘째,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놓을 비FMM은 대면적이 아니라 고해상도 쪽이다. 사들인 오사거널 특허가 600ppi 이상에서 개구율 60~70%를 거는 권리이고, 그 실시예가 실측한 것은 635dpi 패널이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로부터 비FMM용 수직 증착기를 받기로 한 것도 대형 원장 공정과는 결이 다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 기술로 8.5세대 유리를 들고 나온다면 이 예측은 틀린 것이다. 관찰 지점은 내년 SID Display Week와 IMID 2027이며, 봐야 할 숫자는 유리 크기가 아니라 ppi다.
셋째, 개구율의 절대값과 화소밀도를 함께 밝히는 쪽이 다음 라운드를 가져간다. 지금은 세 회사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배수만 말하고 있어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기술의 값어치는 개구율 단독이 아니라 개구율과 해상도의 조합에 있다. 특허가 그 둘을 하나의 조건으로 묶어 권리를 건 이유가 그것이다. 애플처럼 실제로 패널을 사는 쪽은 배수가 아니라 두 숫자를 함께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 숫자가 공개되는 순간 이 기사의 표는 다시 그려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번 발표에서 가장 확실한 사실은 수명도 휘도도 아니다. 마스크를 없애는 일이 30년 만에 실험실 밖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JDI가 2022년에 문을 열었고, 비전옥스가 양산 샘플로 이었고, LG디스플레이가 대형 원장으로 밀었다. 세 회사가 각각 다른 크기에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면, 그것은 한 회사의 선택이 아니라 산업의 방향이다.